정부가 벼 재배 면적 감축과 논에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전략작물직불제’ 등 쌀값 잡기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그만큼 떨어지는 쌀값을 잡고 쌀 과잉생산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쌀값은 왜 계속해 하락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절대적인 공급량이 늘어나서 발생하는 ‘공급과잉’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돼 쌀값 하락이 반복되고 있다.
쌀 생산 농가는 분명 감소하고 있다. 전체 농업생산액 중 쌀 생산액의 비중은 2005년 24.3%(8.5조 원)에서 2022년 13.1%(7.9조 원)로 줄었다. 전체 농가 중 쌀 농가의 비중도 같은 기간 73.7%(93만 8000호)에서 51.9%(53만 1000호)로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평균 쌀 생산량 감소율은 1.3%인 데 반해 소비량의 감소율은 1.4%다. 1인당 소비량 감소율은 1.7%다. 생산보다 소비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1인당 쌀 소비량을 비교해보면 과거에 비해 쌀을 얼마나 덜 소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2005년 80.7㎏에서 2010년에는 72.8㎏, 2023년에는 56.4㎏으로 해가 갈수록 크게 줄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품목이 다양해지고, 식습관이 서구화 되면서 밀 소비가 늘어난 데다 1인 가구가 늘어 간편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공급량을 더 줄이면 공급 과잉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공급을 줄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우선 면적 10a(아르·1000㎡) 당 쌀 생산량(㎏ 기준)인 쌀 생산단수가 품종개량과 농업 기술 향상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면적 당 쌀 생산량이 늘어나니, 논 면적을 줄이는 것 만큼 쌀 생산량이 쉽사리 줄지 않는다.
게다가 벼 재배는 농업 기계화율이 99.3%에 달해 콩(71.1%) 등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가 편리하다. 이런 탓에 풍년작이 아니라 평년작만 되어도 매년 15~20만 t의 초과생산량이 발생한다.
수확기 평균 산지쌀값은 80㎏에 20만 원 이상이다. 지난해 수확기 쌀값은 80㎏ 기준 20만 원을 넘기고 같은해 10월 21만 원 후반까지 올랐다. 그러다 다시 하락세에 들어 지난 1월 25일 기준 19만 4796원으로 하락했다. 특히 최근에는 농협 등 산지유통업체의 재고가 전년보다 증가해 일시적인 재고 부담에 따른 저가 판매가 지속되고 있어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벼 재배면적을 2만 6000㏊ 감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70만 8000㏊였던 벼 재배면적을 올해는 69만 9000㏊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논에 콩, 가루쌀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전략작물직불제도 확대한다. 품목은 콩류 전체로 확대하고 옥수수도 추가된다. 콩류와 가루쌀 지원단가는 ㏊당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인상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1만 5100㏊의 벼 재배면적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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