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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벌어지는 美와 EU의 성장격차…한국의 길은?

30년간 美 경제 2배 증가… EU는 1.5배 그쳐

재정정책, 에너지 의존, 노동자 생산성 등 원인

韓, 장기 저성장의 위기에서 EU의 길 따라가

AI 등 최첨단 국외 인력 유입 방안 재고돼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더 부유해지고 유럽은 더 가난해진다.’

한국은행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유럽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제 규모는 1995년에만 해도 비슷했지만 30여 년 간 미국 경제가 1995년의 두 배로 확대됐지만, 유로 지역 경제는 1.5배를 조금 넘는 정도에 머물렀다. 이 같은 분석은 유럽에서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미국 50개 주 가운데 미시시피주와 아이다호주를 제외한 48개 주의 1인당 평균 국민총생산(GDP)가 EU 평균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ECIPE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경제는 82% 성장했는데 유럽 경제는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주요 국가들의 2021년 임금은 예외 없이 감소했는데 미국 노동자의 임금은 6%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미국과 유럽의 이 같은 극심한 성장률 격차는 재정 정책과 에너지 의존, 노동자의 생산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쳤다. 2020년 이후 5조 달러가 넘는 지원금을 투입했다. 우리 정부가 31조 원을 푼 것과 비교하면 180배에 달하는 돈을 뿌린 것이다. 반면, 유럽은 가계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은은 “미국 정부가 투입한 재정의 상당 부분이 가계에 직접 지원돼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크게 늘었다”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소비 증가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의 또 다른 차이는 에너지 의존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대다수 국가는 러시아 송유관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것이 유럽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유럽의 이민자 효과도 경제에 막대한 차이를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내 이민자 인구 비중은 10%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고급인재의 이민자 비중이다. 발명가 중 이민자 비중은 16%, 특허 시장가치 중 이민자가 출원한 특허 시장 가치의 비중은 25%에 달했다. 이는 이민자 가운데 고급인력이 두드러지게 많았다는 의미이다. 반면, 유럽은 이민자 중 저숙련 인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식민지 국가에서 유입된 인력이 전통산업 혹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국가 차원의 혁신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와 관련 “미국은 이민자들이 지식전파 및 역동성 증진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며 “반면, 유로지역은 저숙련 인력이 이민자 유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의 이 같은 극명한 차이는 우리나라에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 우리의 경우, 장기 저성장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경제의 진로가 미국이 아닌 유럽과 점점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1956년 이후 6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미국이 2.5%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을 비교하면 심각한 ‘조로 현상’을 보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올해 역시 전망은 우울하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OECD 등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1~2.3%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그나마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말 “IT 부문을 제외하면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은 1.7%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위기에도 한국은 유럽이 걸어온 것과 비슷한 길을 답습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않는 우리 정부가 재정준칙 마련의 필요성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적자재정을 확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의존도 역시 유럽과 큰 차이가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은 유가, 물류 등 한국의 수출경제에 막대한 여파를 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노동자 생산성 역시 돌파구를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 인력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외국 인력을 역대 최대인 16만 5000명 도입하기로 했다. 또 음식점업 등에도 외국 인력 고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임금이 저렴한 동남아시아 등으로부터 가사도우미 등을 공급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 연합뉴스.


이 같은 외국인 고용정책은 4차산업 관련 분야와는 사실상 연계되는 접점이 없다. 인공지능(AI), 드론, 자율주행 등 최첨단 기술분야의 고급 인력은 국내로의 유입은커녕 국외 유출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형국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31년에 국내 반도체 산업 인력은 5만 6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우려됐다.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2028년까지 미래차 산업기술 인력이 4만 명 부족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노동부는 AI분야 인력과 관련 2027년까지 1만 2800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의대생의 대거 증원이 우수 인재의 공대 이탈과 의대 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은은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 격차에 대한 분석을 한 뒤 짧고 굵은 조언을 내놓았다. 누구나 알지만,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은은 “적극적인 이민정책과 저출산 정책을 병행해 노동력 감소세를 완화하는 한편, 신성장 산업에서 혁신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맺음말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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