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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첫 '자본 유턴' 이끈 정책은 [뒷북경제]

해외서 보낸 배당금 95% 비과세에

작년 해외유보금 11.7조 국내로

경상수지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유보금이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해외 유보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자본 리쇼어링’이 나타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인데요,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재투자수익수입 잠정치는 -88억 1290만 달러(약 11조 7000억 원)로 집계됐습니다. 재투자수익수입은 한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지분율 10% 이상)가 쌓아둔 해외 유보금입니다. 즉 재투자수익수입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해외 유보금 가운데 해당 금액만큼이 국내로 들어왔다는 뜻이죠.

자본 리쇼어링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세 번째입니다. 가장 최근은 외환위기가 엄습했던 1997년과 1998년으로 당시 기업들은 달러 가뭄에 해외 자금을 국내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상황은 다릅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공장 증설 같은 국내 투자 확대를 염두에 두고 해외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왔습니다.투자 목적의 자본 리쇼어링은 처음인 셈이죠.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등 국내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해외 법인의 배당액을 59억 달러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13억 달러)의 4.5배에 달합니다. 삼성전자의 배당금 수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9조 923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2년 같은 기간(1644억 원)의 177배로 대부분이 해외 법인의 잉여 자금에서 나왔습니다. 시장은 이를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법인세 감세 효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2022년까지는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낸 배당금의 경우 본사 소득에 포함돼 법인세 과세 대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해외 자회사가 배당 전 현지 정부에 법인세를 낸 만큼 이중과세 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자회사가 보낸 배당금 중 95%에 해당하는 금액에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중심으로 국내로 반입된 유보금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투자 확대와 고용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자본 리쇼어링은 지난해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데도 일조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는 지난해 316억 1000만 달러 흑자로 나타났습니다. 임금소득은 16억 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배당소득이 244억 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영향이 커 전체 본원소득수지 흑자 폭은 전년 대비 112억 6000만 달러 커졌습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며 “법인세제 개편으로 국내로의 배당을 늘리는 데 기업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자본 리쇼어링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해외 유보금을 이용해 국내 투자에 나서면 고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지 않아도 돼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유보금을 반입하려고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또 고환율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이 됩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게 돼 고용 등의 부문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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