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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대법 CEO 처벌해도 사고감소 보장 안돼”

■ 학계서도 '중대법 효과' 의문

작업 통제권 없으면 '무용지물'

사고율·사회적 비용 7배 늘어

건설현장선 사망건 되레 증가

고용부 “현장 혼란 최소화할 것”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메쎄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2월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유예안을 놓고 다시 한 번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계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대재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박재옥·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말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를 감소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한국경제포럼 4호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게임이론을 통해 중대재해법의 효과를 분석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책임이 커지면 경영진은 산업재해에 주의를 더 기울이게 된다. 반면 근로자는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덜 쓰게 된다는 게 기본 접근 틀이다. 박 교수는 “단순히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사고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중대재해법 시행이 사고 발생 및 사회적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통제력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처벌보다 경영진이 직원들의 근무나 일 처리 방식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이 경영자가 근로자에게 미칠 수 있는 작업 통제권 수준을 1~5단계로 구분한 뒤 중대재해법을 적용했을 때와 중대재해법이 없었던 상황을 비교 분석해보니 사업주의 통제력이 거의 없는 상황인 1단계에서는 중대재해법 적용 후 사고 발생률과 사회적 비용이 각각 7.07배, 7.10배 급증했다. 경영진이 업무 방식에 간섭할 수는 없는데 근로자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돼 되레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2단계의 경우 사고 발생률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회적 비용은 여전히 1.13배 높았다. 사회적 비용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가 쓰는 비용이다. 연구진은 “작업 통제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사고 발생 위험도 높이고 사회적 비용도 높이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주의 작업 통제력이 어느 정도 보장된 3단계부터는 사고 발생률과 사회적 비용이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문제는 현실에서 경영인들이 현장 근로자들에 대해 충분한 통제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박 교수는 “근로자의 인권이 강화되고 근무시간도 주52시간으로 제한되며 노동조합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2년 1월 중대재해법이 실시된 이후인 2022년과 2023년의 산업 현장 사망 사고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사망 사고 건수가 180건에서 188건으로 늘었다. 건설업의 경우 사망자 수는 82명에서 97명으로, 사망 사고 건수는 74건에서 95건으로 증가했다. 박 교수는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근로자들의 주의 수준을 감독하기 용이하지만 건설 현장은 근로 감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50인 미만 영업장의 경우 대기업·중견기업에 비해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섣부른 중대재해법 적용 확대가 오히려 더 많은 산업재해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중대재해법의 부작용을 줄이고 제도가 안착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산하 기관인 안전보건공단과 19일 안전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중소기업 중대재해 예방지원 총력대응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영세·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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