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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금감원은 배상금을 챙겨줄 수 있을까

금융부 김우보





“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가슴 졸이며 지켜봤을 겁니다.”

이달 초 이복현 금감원장의 기자 간담회 발언을 지켜본 금감원 전직 고위 관료 A 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의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며 사례를 여럿 나열했다. 하지만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A 씨의 전언이다. 그는 “은행에 자율적 배상을 요구할 정도면 변명할 생각조차 못 할 강력한 ‘한 방’을 잡아내야 한다”면서 “거론된 사례들을 보면 실무진의 법률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사안까지 무리하게 문제 삼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 씨만의 우려일까. 과거 당국에서 분쟁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도 비슷한 걱정을 했다. 그는 “은행을 도덕적으로 지탄할 대목은 제법 있지만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라면서 “실무진들은 시간을 더 갖고 법리 검토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성긴 검사 결과에 은행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장 검사를 받고 있는 일부 은행은 “혐의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했다고 한다. 금감원은 은행이 판매 규정을 어겨가며 상품 판매를 늘렸다는 입장이지만 은행 측은 “법령이 아닌 자체 가이드라인일 뿐이고 H지수가 아닌 다른 기초자산(S&P500·유로스톡스50지수)이 오른 점을 고려해 판매를 확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균 수익률 산정 기간을 짧게 잡아 손실 가능성을 왜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산정 기간을 길게 잡았을 때 실제 소비자가 투자를 포기했을지는 달리 따져볼 문제라는 게 은행 측 시각이다.

이 원장은 은행들에 대한 검사 후 배상 중재안을 발표하겠다면서 이에 앞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배상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위법 요건이 보이지 않는데도 대규모 배상을 은행이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법률 다툼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금감원의 중재안에 담길 문구가 투자자의 쓰린 속을 잠깐 달랠 수는 있다. 다만 무언가에 쫓기듯 내놓은 배상안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ELS 투자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은행 창구가 아닌 법정에서 긴 다툼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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