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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아닌 '유지' 택했다…국민의힘 공천서 확인된 '혁신위 무용론'

'주류 불사'에 인요한 '희생' 외침 무위로

3선 이상 중진 31명 중 23명 본선행 확정

현역 불출마 지역구엔 측근 공천 '빛 바래'

'무감동 시스템공천' 비판에 입단속 나선 韓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오승현 기자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국민의힘이) 다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빈사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격언을 인용해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당 지도부·영남권 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 등을 혁신 대상으로 설정한 뒤 이들의 용퇴를 연일 압박했다. 혁신위는 당 주류의 무관심·무응답 속에 ‘무용론’에 시달리다 ‘미완의 혁신’만 남긴 채 조기 해산했지만, 이윽고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와 김기현 지도부의 붕괴 및 한동훈 비상대책위 출범이 이어지며 4·10 총선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당의 공천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분위기로는 혁신위가 목놓아 외쳤던 메시지가 공염불에 그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첫 도입한 ‘시스템 공천’은 결과론적으로 혁신보다는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진 의원들의 ‘압도적 강세’가 이를 증명한다. 3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선 이상 중진 31명 중 23명(74%)의 본선행이 확정됐다. 중진 중 공천에서 탈락한 건 5선의 김영선(경남 창원·의창) 의원 뿐이다.

영남권 ‘중진 불패’…'무주공산' 지역구도 ‘참신한 신인’ 설 자리 없어


깃발만 꽂아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대구·경북(TK)에서는 5선의 주호영(대구 수성갑)을 비롯해 3선의 윤재옥(대구 달서을) 원내대표,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이 모두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부산·경남(PK)과 달리 ‘지역구 재배치’ 작업도 이뤄지지 않는 데다 현재 상황에선 ‘컷오프(공천배제)’ 대상도 초·재선 의원 중에서 나오게 된다.

인 전 위원장이 띄운 ‘영남 중진 험지출마론’에 그나마 부합했던 PK에서도 이어진 공천 결과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장 의원이 불출마한 부산 사상에서는 그의 일가가 소유한 사학재단 중 하나인 경남정보대 총장을 맡고 있는 김대식 후보가 단수 공천돼 상대 측으로부터 ‘공천개입설’ 논란을 샀고, 하 의원이 자리를 비운 부산 해운대갑에서는 ‘찐윤’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김태호 의원이 양산시을 출마로 재배치된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는 ‘친이계(친이명박계)’ 분류되는 신성범 전 의원이, 조해진 의원이 김해을로 떠나 무주공산이 된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는 3선 밀양시장을 지낸 박일호 전 시장이 시장직 중도사퇴 뒤 경선에서 승리했다. 중진들의 공백이 참신한 정치신인 등용을 위한 창구보다는 주류와 기성정치인들의 몫이 돼 “무엇을 위한 용퇴냐”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식당에서 4선·5선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김기현 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패배 책임’ 김기현 1기 지도부 가뿐히 본선행…혁신위 유산 ‘무색’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던 ‘김기현 1기 지도부’ 출신 인사들도 가뿐히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텃밭’ 영남권에서는 3선의 박대출(경남 진주갑) 전 정책위의장과 초선 박수영(부산 남갑) 전 여의도연구원장·강민국(경남 진주을) 전 수석대변인 등의 22대 국회 입성이 유력하다. 재선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전 사무총장과 초선 배현진(서울 송파을) 전 조직부총장,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전 수석대변인 등도 본선 명단에 포함됐다. 모두 경선 없이 단수공천 됐다. 혁신위·비대위 출범의 빌미를 줬던 4선 김기현(울산 남을) 전 대표는 경선을 치러 이겼다.

장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친윤 그룹들도 본선까지 무혈입성에 입성에 성공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을 비롯해, 3선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 재선 정점식(경남 통영·고성)·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의원 등 모두 단수공천을 받았다. 일련의 과정들이 ‘혁신위 무용론은 이번 공천을 통해 최종 완성됐다’는 지적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당내서도 “공천에 감동없어”…한동훈 “스스로 폄훼 도움 안돼”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도 ‘무감동 공천’을 지적하는 쓴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공천이 확정된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핵관 호소인, 친윤 호소인, (전당대회에서) 나경원·안철수를 눌러 앉혔던 사람들(연판장 초선들), 완장차고 골목대장 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혁신공천’이라는 이름 하에서 배제되는 기대를 좀 했었을 텐데 그런 분이 아직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컷오프되거나 불출마한 분들의 숫자나 비율, 면면을 보면 그렇게 감동을 많이 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주요 당직자와 후보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미 공천이 결정된 우리 후보를 우리 스스로 폄훼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평가와 선택은 오직 주권자 국민들이 하시는 것이고, 우리 국민의힘이 책임 있게 공천한 후보가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원팀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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