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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불구덩이 뛰어드는 ‘소방관’ 허리 건강 빨간 불 [일터 일침]

■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근무 중 부상·사망 위험 노출되기 쉬운 소방관

중장비 착용한 채 출동하느라 허리 통증 호소

허리디스크 의심 땐 초기에 치료해야 예후 좋아

추나요법·침·한약 복용 병행하면 치료 효과 높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소속 소방관들이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소방 인력 증원과 소방 조직 국가직화 등을 촉구하며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소방위(47)는 20년 넘게 화재 진압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 소방관이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솔선수범의 대명사’로 꼽히며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그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다. 장비를 착용할 때는 물론 앉았다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동작을 취할 때조차 뻐근한 허리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 탓이다. 처음에는 과로로 인한 근육통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과로 인해 허리 건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진통제에 의지하며 출동하던 김 소방위. 아침 기상 직후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허리 통증이 악화돼서야 병원을 향했다. 진료 결과 그동안 척추에 누적된 부담으로 인해 허리 디스크(추간판)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을 듣게 된다. 김 소방위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남은 동료들이 그만큼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생각에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



경북 문경시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건 등을 계기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700여 명의 소방관과 그 가족들이 순직 소방관들을 추모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소방관들의 고충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11년간 총 47명이 순직했다. 매년 평균 4명의 소방관이 화마와 싸우다 숨진 셈이다. 이 기간 부상자는 누적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설상가상 부상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은 지난달 순직 및 공상자의 위훈을 기리는 연례 추모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소방관과 가족들을 위한 각종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공무수행 중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질병에 걸리거나 다치는 경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는 ‘공상추정제’에 허리와 무릎 질환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소방관들은 근골격계 질환 발생에 매우 취약하다. 제주소방안전본부가 소방관 708을 대상으로 근골격계질환 종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1.4%는 근골격계 이상 증세가 있다고 답했다. 허리 부위 이상 증세를 언급한 소방관이 44.4%로 가장 많았으며, 7.5%는 ‘한 달에 일주일 이상 심한 통증이 지속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들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매일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 채 출동해야 하는 근무환경이 허리 통증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방화복, 헬멧 등 기본장비의 무게만 약 27kg에 달하는데, 소방호스와 기타 장비의 무게까지 더하면 40kg에 육박한다. 화재 진압 내내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는 사람의 무게를 견뎌야 하다보니 허리에 상당한 부담이 쌓이게 마련이다. 허리가 충분히 회복될 만한 휴식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의 발생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져 탈출하는 척추 질환이다. 디스크에서 새어나온 수핵이 주변 신경을 자극해 허리 통증과 하지방사통을 야기한다. 만약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서둘러 진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화재의 초기 진압이 중요하듯, 디스크도 초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하반신 신경이 마비돼 대소변 장애가 나타나는 중증 허리디스크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술 없이도 치료 가능하다. 한방병원에서는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약침 치료, 한약처방 등을 병행하는 비수술 치료법인 한방통합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허리, 목, 골반 등 척추를 비롯한 신체 전반의 균형을 올바르게 교정해 디스크의 압력을 덜고 척추·관절의 기능 회복을 돕는다. 침치료는 주변 근육의 이완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약침 치료는 염증을 신속하게 가라앉힘으로써 통증을 줄여주고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디스크에 영양을 공급하고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주는 한약을 함께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방통합치료의 효과는 여러 논문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SCI(E)급 국제학술지 ‘BMC 보완대체의학(BMC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 505명 중 96%(486명)에서 디스크가 흡수돼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크 탈출 정도가 심할수록 흡수량이 높았으며, 90%는 치료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의 건강은 우리 사회의 건강과 연결된다.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하는 소방관들의 허리 건강은 더욱 중요하다. 전문적인 치료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마저도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앞으로 소방관들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공무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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