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인공지능(AI) 활용 증가로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5일 한은 본관에서 진행된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 모두 연설에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감소, 1·2차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평균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 등으로 우리나라 취업자 증가폭이 내년 이후 10만 명대로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와 경제활동 참가율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연간 취업자 수가 지난해 39만 명에서 올해 27만 명, 내년 19만 명, 2026~2028년 연간 13만 명 등으로 빠르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은이 2026년 이후 취업자 증가 폭을 공개적으로 전망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10만 명대에 그치는 고용 역시 저부가가치 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져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2020~2023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취업자 수 기준 0.7%로 팬데믹 이전인 2011~2019년 연평균 증가율(1.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09~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연평균 증가율(3.2%)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에 연평균 0.9%로 낮아졌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팬데믹 이후에는 오히려 1.4%로 높아진 미국과는 대조된다.
숙련도별 노동자 비중으로 봐도 한국은 최근 10년간 단순 노무 등 저숙련 종사자 비중이 2.4%포인트 높아진 반면 미국은 1.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 미국에서는 전문가 등 고숙련 노동자 비중이 6.4%포인트 높아졌고 한국의 고숙련 노동자 비중은 2.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 위원은 “미국에서는 AI 등 고부가가치 부문의 고용 증가로 노동생산성이 다시 상승 중”이라며 “노동 공급의 양을 확대하는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 서 위원은 “중숙련·반복 노동자 비중이 축소되고 고기술과 저기술 노동의 수요가 늘어나는 고용 양극화 현상이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도록 고기술·저기술 분야에 대한 외국인 인력 개방을 추진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령 인구 활용 제고,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 대책 등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KDI 역시 노동시장 구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공지능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AI 기술이 총량적으로는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전문직 수요는 증가시키고 청년층 및 전문대졸 이상 중심으로 중간 숙련 수요는 감소시키고 있다”며 “구성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변화를 AI가 초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이어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가 향후 가속화된다고 본다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포함해 청년 일자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며 “재직자 직무 구성이나 근로 조건의 변경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어야 하며 인력 측면의 높은 경직성은 필요 이상의 자동화와 과도한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 축소, AI 기반 고용 서비스 고도화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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