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의 차기 사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심사가 변수로 떠올랐다. 유력 후보가 주주총회 이후 심사 결과를 받게 돼 자칫 신임 사장을 뽑아놓고도 한두 달가량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만약 해당 후보가 사장이 된 뒤 공직자윤리위 심사에서 떨어질 경우 수장을 다시 선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또 해당 후보가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증권업 경험이 없는 대표를 뽑았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 3인에 포함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지난달 공직자윤리위 취업 심사 승인을 요청했다. 농협중앙회 임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간 취업 심사 대상이 된다. 전 직장을 뒷배로 삼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할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검증을 받는 절차다.
유 전 부회장의 경우 퇴임 후 2년밖에 안 돼 심사 대상이다. 그는 농협중앙회 회원종합지원본부 상무, 기획조정본부 상무, 농협 부회장 등 상호금융과 기획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문제는 통상 공직자윤리위 심사가 두세 달 걸리는 만큼 이달 26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이전에 결과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심사 결과가 이르면 4월 말에나 나오기 때문에 만약 주총에서 유 전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사장으로 선임하더라도 ‘추후 취업 승인’이라는 조건을 걸어야 한다. 이 경우 한두 달 정도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공직자윤리위가 취업을 승인하더라도 유 전 부회장의 이력이 증권업과 무관하다는 의미가 돼 시장에 경험이 없는 사장을 선임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취업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면 차기 사장을 아예 새로 뽑아야 해 최고경영자(CEO) 공백기가 더 길어지게 된다.
유 전 부회장의 증권업 경력 부족을 두고는 업계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에게 이 같은 염려를 수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건부 승인으로 신임 사장을 선출하는 전례는 증권 업계뿐 아니라 전체 상장사 주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개인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NH투자증권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5일 회의를 열고 유 전 부회장을 비롯해 윤병운 NH증권 부사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3인으로 쇼트리스트를 추렸다. 윤 부사장은 커버리지(분석)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은 대표 ‘베테랑’ RM(영업 담당)이다. 그는 정 사장과 함께 2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추며 ‘수익성 중심의 경영 철학’으로 투자은행(IB) 전성기를 이끌었다. 사 전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홀세일본부장, 자산관리(WM)본부장 등을 거쳐 채널영업부문장을 역임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각자대표나 공동대표 선출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추위가 11일 회의에서 최종 후보 1인을 추천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NH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를, 8일부터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 검사에 돌입한다. 정기 검사에서는 정영채 대표 후임 CEO 선임 절차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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