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담배 꽁초입니다. 지구용사님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담배의 필터 부분은 플라스틱입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흡연자들이 이 플라스틱 덩어리를 길에, 심지어 빗물받이에 버립니다. 하수도와 강과 바다를 거쳐 다시 우리 입 속에 미세플라스틱을 뿌리는 것과 같은데 말입니다.
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쓰줍인(지난 레터 읽기)이 얼마 전 토론회를 열어서 짐니 객원에디터가 다녀왔습니다. 꽁초 무단 투기를 당장 완전히 없앨 수 없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대안들이 제시돼서 반가웠습니다.
흡연구역 찾기 힘든 이유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현실을 분석해야겠죠. 아예 흡연 금지를 할 수는 없으니, 담배 꽁초를 제대로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정해진 흡연 구역과 꽁초 수거함을 늘리면 될 것 같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기호 서울시 스마트정책팀장님은 "흡연 부스를 설치해도 철거해 달라는 민원에 시달린다"고 토로하셨습니다. 근처 상인, 거주민들이 싫어하는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이 때문에 지난 11월에 서울시 25개 구를 대상으로 흡연구역 수요조사를 했지만 신청한 구는 3곳뿐이었다고 합니다. 흡연구역이 생기면 관리도 해야 하고, 없애달란 민원에 시달리기 때문에 신청조차 않는 겁니다.
그 결과 흡연구역을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박상륜 흡연자인권연대 대표님은 "서울시 전체 금연구역이 30만 곳인데 흡연구역은 103곳에 불과, 1곳당 이용자 수가 1만8389명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담배 꽁초 수거함의 위치와 디자인도 문제입니다. 쓰줍인이 지난 9월 서울시 서초구에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담배 꽁초 수거함 44%는 금연 구역 가까이 설치돼 있어 흡연자·비흡연자의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수거함 형태도 항아리형, 원통형, 상자형 등 제각각이라 찾기 어렵기도 하고요.
당장 예산부터 확보해야
너무 흡연자 편을 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의식이 개선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당장 현실적인 방안을 찾자면 결국 민원이 적을 만한 곳에 흡연구역을 늘리고, 꽁초 수거함 디자인을 통일해서 쓰기 쉽게 하고, 흡연구역 관리도 철저히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단속을 늘려나가는 것은 물론입니다. 결과적으로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님은 예산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에서 담배 한 갑당 24.4원인 폐기물 부담금이 연간 864억원인데, 이걸 지금처럼 환경부 환경개선특별회계로 편입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에 바로 투입해서 흡연구역, 꽁초 수거함, 미세 플라스틱 안내 의무 시행 등 개선에 써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의식 있는 흡연자들을 위해서 이런 대안도 있습니다. 담배 꽁초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을 때, 꽁초에서 불이나 냄새가 나지 않도록 밀봉할 수 있는 특수 용지인 '시가랩(인스타그램)'입니다. 담뱃갑에 잘 넣어뒀다 나중에 쓰레기통에 버리자는 취지입니다. 주식회사 어다인에서 무료 배포하면서 캠페인을 해 왔다고 합니다.
혹시 주변 흡연자가 담배 꽁초를 바닥에. 빗물받이에 버리려고 하면 조금만 참았다가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설득해 주세요. 화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흡연자 분들이 계시다면, 꽁초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가족들의 입으로 돌아간다는 사실, 특히 빗물받이에 버리면 홍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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