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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AI가 최적 경로 찾아"…무인·자동화, 컨테이너 1분에 1개 처리

■로테르담항 APM 터미널 가보니

컨테이너 하역 95% 작업 무인·자동화

카트 모양 AGV…74대 오차없이 움직여

'루트 스캐너' 통해 선박 실시간 추적

"데이터 쌓이며 기술 더욱 정교화"

로테르담에 위치한 APM 터미널에서 안벽크레인 10대가 하역 작업을 진행중이다. 사진=김경택 기자




7일 방문한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된 것으로 평가 받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APM 터미널. 항구로 들어섰지만 사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144미터 크기의 거대한 안벽크레인 10대가 조용히 2만 TEU 컨테이너선의 화물을 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상으로 내려온 컨테이너는 운전석이 없는 ‘운반카트’ 모양의 무인운송차량(AGV)에 실렸다. 100% 전기로 움직이는 이 차량은 74대나 운영되고 있었지만 충돌과 오차 없이 정확하게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AGV가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야적장 앞에 멈췄섰다. 이 곳에서는 안벽 크레인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스태킹 크레인(ASC)이 마치 인형뽑기를 하듯 컨테이너를 오와열에 맞춰 옮겼다.

야적장에 쌓여있는 컨테이너 출고 작업 역시 자동화였다. 트럭 운전수 한 명이 야적장 옆에 위치한 차량 도크에서 내려 버튼을 누르자 ASC가 저절로 컨테이너를 찾아 트럭에 실어줬다. 운전수는 이 시간에 편안히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선박부터 트럭까지의 하역 전 작업의 자동화가 가능한 이유는 터미널 내에 수 백 대의 드론과 카메라, 자동 센서(칩) 등이 화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항구 중 최초로 자동화를 도입한 로테르담항은 하역 자동화를 넘어 인공지능(AI)도 활용되고 있었다. 로테르담 항만청 개발팀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 ‘루트 스캐너’가 대표적이다. AI와 통신 등을 활용한 이 기술은 항구로 향하고 있는 선박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 경로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누구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해 선박의 정확한 도착 시간과 위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항만청은 이 기술이 도입되고 평균 20%의 항만 대기 시간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루트 스캐너는 인근에 위치한 벨기에의 앤트워프항과 독일의 함부르크항에도 판매를 시작했다. 로테르담 항만청은 다른 항구의 데이터까지 수집하며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더욱 정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만청은 궁극적으로 유럽 모든 항구에 이 시스템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신기술 외에도 반복되는 하역 작업으로 축적되는 데이터 역시 터미널의 무인화·자동화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마틴 반 오스턴 로테르담 항만청 홍보담당관은 “개장 이후 시행착오를 겪으며 현재는 자체적으로 APM 터미널이 95% 자동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컨테이너 운송 단계별 데이터가 쌓이며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의 물량이 개장 초기 1시간에 30개에서 이후 40개로 늘어났고, 현재는 최대 1분에 1개씩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만청은 직접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일부 작업 역시 자동화가 가능해지도록 기술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바람, 날씨 등 환경에 따라 컨테이너를 미세 조정하거나 컨테이너의 고정장치를 해제하는 작업 등은 여전히 사람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청 관계자는 “100%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것이 인력이 아예 필요하지 않단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터미널과 떨어진 종합관리센터에서 원격으로 무인 장비를 조종하거나 자동화 기계를 유지·보수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에는 지하에 하이퍼루프를 건설해 컨테이너를 직접 배송하는 방법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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