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우리나라 ‘톤세제’가 일몰을 앞둔 가운데 선진국 중 가장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한 네덜란드에서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는 다른 산업과의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예정대로 일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현지 사무실에서 만난 아넷 코스터 왕립선주협회(KVNR) 사무총장은 “톤세제를 먼저 없애는 국가는 1년 안에 자국 선박을 다른 국가로 모두 떠나보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식 톤세제를 다른 국가들이 계속해서 도입하고 있다는 것은 이 제도가 성공했다는 증거”라며 “제도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상황에서 폐지하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1996년 선진국 중 처음으로 톤세제를 도입하며 해상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톤세제는 해운사의 영업이익 대신 보유 선박의 톤수와 운항 일수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산출하는 제도다. 일반 법인세보다 세 부담이 적다. 톤세제를 도입한 국가는 26개국으로 전 세계 선대 기준으로는 톤세제 적용 선대가 전체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선주협회에 따르면 톤세제를 통한 세금 절감이 투자로 이어지며 네덜란드가 해운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톤세제 도입 이후 네덜란드 국적 선박은 1996년 386척에서 현재 1100척으로 늘었다. 국적 선박 수는 해당 국가의 해운업 규모와 경쟁력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국적 선박이 늘면서 선원 수와 해운 사업 관련 고용 인원도 증가해 해운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네덜란드 정부는 시추선과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등에도 톤세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5년 톤세제를 처음 도입한 뒤 5년 단위로 일몰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말 폐지를 앞두고 해운 업계에서는 산업의 발전을 위해 톤세제 유지를 넘어 영구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해운협회가 조세 및 해운 연구기관과 함께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톤세제가 일몰될 경우 국내 해운사 선박 85%가 해외로 편의치적(선주가 선박을 제3국에 등록하는 제도)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기획재정부는 예정대로 일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운업이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만큼 불황기엔 일반 법인세 과세방식을 따르다가 호황기에 톤세제를 선택적으로 활용해 세 부담이 크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톤세제를 해운사들이 막대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악용한다면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및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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