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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남결' 박민영도…연예인들, 우울증 많이 걸리는 이유 있었네 [셀럽의 헬스]

분당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공동 연구팀

유럽인 24만명 대상 유전체 데이터 분석

창의성과 정신장애 간 유전변이 공유 규명

배우 박민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상 휴가로 떠난 베트남 휴양지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우울증도 마음의 감기라고 하더라고요. 감기 걸렸을 때처럼 약을 먹고 낫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복귀에 성공한 배우 박민영이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이력을 밝히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민영은 전 남자친구가 횡령 의혹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구설에 휘말린 바 있다.

박민영은 극중 암 투병을 하는 캐릭터 외형을 위해 체중을 37kg까지 감량했던 것과 관련 “현재는 다시 복구한 상태다. 어쩔 수 없이 몸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거라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우울증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운동을 하면 우울증이 개선되고 건강해지지 않나. 그걸 억지로 빼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영 외에도 우울증을 호소했던 연예인들은 한 둘이 아니다.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해 17년 째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는 가수 현아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병이 있다고 털어놨다. 소녀시대 태연,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 등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연예인 중 상당수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가수 현아는 몇년 전 예능프로그램에서 우울증, 공황장애를 고백한 이유를 밝혔다. MBC '라디오스타' 캡처


역사를 돌아보면 천재로 불리는 과학자나 예술가 중에서도 정신질환을 겪었던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만성적인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다가 스스로 귀를 자르고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여러 관찰 연구에서도 예술가 집안에서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가 흔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단순히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나 사생활 노출 때문에 우울증 위험이 높다고 치부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배우, 가수와 같이 예술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쉽게 걸리는 원인을 유전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명우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원홍희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 교수 공동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창의성과 우울증이 서로 96%의 유전 변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창의성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발견하거나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들을 조합해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능력이다. 예술, 건축, 과학 등 독창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수많은 직업군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그간 학계에서는 창의성이 우울증 등 정신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으나 대규모 유전 분석을 통해 이를 입증한 적은 없었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명우재 교수, 삼성서울병원 원홍희 교수, 김혜진, 안예은, 윤주현 연구원. 사진 제공=각 병원


연구팀은 창의성과 정신장애의 유전적 조성을 규명하기 위해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참가한 유럽인 24만여 명의 351개의 직업에 기계학습 기법을 적용해 얼마나 창의적인 직업에 종사했는지를 수치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을 포함한 다양한 유전체 연구를 실시한 결과, 직업에 기반한 창의성 점수와 연관된 25개의 유전변이를 발굴해 냈다.

또 창의성 점수와 연관된 유전변이들이 뇌조직 중 해마와 대뇌 피질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주목할 만한 성과는 창의성과 정신장애의 복잡한 연관성을 유전체 수준에서 밝혀냈다는 점이다. 창의성과 연관이 있는 유전변이의 상당 부분이 정신장애와 연관성을 보였다. 창의성과 무려 96%의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난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다만 연구팀은 해당 유전변이가 창의성과 정신장애에 항상 같은 방향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라거나 창의적인 사람들이 정신장애에 취약하다는 속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유전적인 요인으로 설명 가능한 범위는 전체 창의성의 약 7.5% 수준이며,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창의성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전했다. 향후 같은 유전변이가 개인별로 다르게 작용하는 기전을 밝힌다면 창의성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를 유전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전망이다.

명 교수는 “창의성에 대한 분자생물학적인 원인을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많은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연구 결과”라며 “향후 정신장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기존의 창의성 측정법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수십만에 달하는 대규모 코호트 참가자들의 직업 조사 결과와 기계학습 모델을 기반으로 창의성을 정의함으로써 대규모 유전 분석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의 중견연구 지원사업, 신진중견연계사업,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서울대학교 헬스케어융합학과-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상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정신의학학술지 ‘정신의학 연구’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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