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및 국내 1위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이 잇따라 대구에 투자를 진행하는 등 대구가 팹리스 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대학교‧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포스텍 등으로부터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대구시가 관련 기업 지원에 적극적인 것도 투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국내외 팹리스 기업이 대구에 잇달아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 세계 1위 차량용·전력 반도체 기업인 독일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와 국내 1위 차량용 반도체 전문 설계기업인 텔레칩스, 코스닥 상장사인 칩스앤미디어,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유니쿼화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 팹리스 기업인 칩스앤미디어는 이달 중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 동대구캠퍼스에 대구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둔 칩스앤미디어는 자동차 등의 영상 데이터 처리에 사용되는 비디오 코덱,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의 비디오 IP 기술을 개발, 국내외 150여 개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칩스앤미디어는 지난해부터 대구시와 협업해 지역대학 출신 인력을 신규 채용해 서울 본사에서 교육 중이며 앞으로 대구연구소에 배치해 연구개발업무에 투입할 계획이다. 김상현 칩스앤미디어 대표는 “대구에는 경북대·DGIST 등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반도체 인력과 모빌리티, 로봇산업 등 수요 기업이 많다”며 “이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우수 인력을 추가 채용해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니쿼화이는 지난해 말 대구에 신규법인 아이디어스투실리콘을 설립한 데 이어 현재 대구시청 산격청사 내 스마트드론기술센터에 사무소를 열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유니쿼화이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반도체 설계자산, 인공지능(AI)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앞으로 대구시와 손잡고 팹리스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한편, 설계 전문인력 양성 및 우선 채용, 수성알파시티 내 사옥 신축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1위 차량용 반도체 설계기업인 텔레칩스 역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면서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연구거점으로 대구를 선택했다. 텔레칩스는 지난해 7월 대구TP에 임시연구소를 설치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내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수성알파시티 내에 337억 원을 투자해 대구연구소를 건립하는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임시연구소를 먼저 개소했다.
임시연구소에는 현재 1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지만 앞으로 본연구소가 개소하면 연구인력 100명이 상주하며 차량용 통신 칩, AI 기반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나서게 된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대구에서 산학연 협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대구시의 미래모빌리티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의 국내 외투법인인 인피니언 코리아도 지난해 10월 대구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DGIST 산학협력관에 사물인터넷(IoT) 혁신센터를 열었다. 이 기업은 이미 2014년부터 DGIST와 자동차 부품 및 솔루션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주위 환경을 인지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센서 및 전자기기·클라우드·네트워크 간 원활한 통신망 활용을 지원하는 커넥티비티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대구시는 전기차 모터 특화단지 조성과 반도체 파운드리 ‘D팹’ 건립 등 미래모빌리티 및 반도체를 미래 50년을 위한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DGIST와 함께 추진 중인 기업 전용 반도체 제조시설인 D팹은 센서반도체 전 주기 지원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반도체 설계 기업이 잇따라 연구거점을 대구에 두는 것은 대구가 팹리스 산업 성장의 최적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미래 5대 신산업 중 하나인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팹리스 기업이 정착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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