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2027년까지 부산 공장에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미래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생산 차종을 대폭 확대한다. 부산공장을 전진기지로 삼아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 신차 개발을 위한 ‘오로라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투자로 부산 공장을 핵심 생산 기지로 탈바꿈하는 동시에 신차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등 분위기 반전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18일 부산시청에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시와 이 같은 내용의 부산 공장 미래차 설비투자 계획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르노코리아는 우선 향후 3년간 부산 공장에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을 위한 설비 교체 비용으로 1180억 원을 투자한다. 신규 인력도 200명 고용한다. 부산시는 르노코리아의 미래차 생산 시설 설비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르노코리아는 부산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첨단 하이브리드 모델로 준비 중인 오로라1·2 프로젝트에 7000억 원을 투입하는 데 이어 차세대 전기차 모델의 개발·생산까지 확정되면 2027년까지 1조 5000억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한 경제효과는 직접 생산유발 효과 12조 원, 간접 생산유발 효과 30조 원, 간접 고용효과 9만 명 등으로 분석된다.
르노코리아는 앞서 르노그룹의 ‘르노 브랜드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 전략에 따라 유럽 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5곳의 글로벌 허브 중 하나로 선정됐다. 현재 르노그룹의 하이엔드 중형 및 준대형 자동차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는 부산 공장에서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4’도 생산될 예정이다.
1180억 투입해 부산공장 설비교체…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혼류 라인’ 구축
르노코리아가 부산 공장에 2027년까지 투자하기로 한 1조 5000억 원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전기차 전환에 쓰일 8000억 원이다. 르노그룹 본사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르노코리아의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진다면 부산 공장은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까지 모든 차종을 생산하는 미래차의 핵심 기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부산 공장은 전기차 전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2013년 르노코리아의 첫 전기차인 SM3 ZE 모델을 생산한 전력이 있는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스웨덴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4’도 위탁 양산한다. 르노코리아는 18일 하이브리드·전기차 생산 설비 전환을 위해 향후 3년간 118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는 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쏟아붓는 투자금보다 적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 공장은 준중형급 전기차인 ‘SM3 ZE’를 국내 최초로 양산한 경험을 보유한 전기차 기지”라면서 “내년부터 폴스타4의 전기차 위탁 생산도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 공장의 전기차 생산 역량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은 현재 내연기관 차량 3종(XM3·SM6·QM6)만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로 생산하는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M3 단 1개 차종에 불과하고 전기차 생산은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생산라인으로는 앞으로 늘어날 친환경차 수요에 대응하는 데 제한적인 만큼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르노코리아는 이번 설비 교체를 통해 기존 라인에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전기차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혼류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크기나 차종과 상관없이 적기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셈이다. 혼류 라인은 자동차 시장 상황이나 수요 변화 등에 따라 생산 차종과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 수요를 반영한 신차 생산을 위해서는 기존 라인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3년간의 투자로 기존 생산라인을 보조하는 서브라인과 새 생산라인 구축 등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는 우선 올 하반기에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단추로 ‘오로라1’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로라1은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 중형 SUV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3분기부터 부산 공장에서 해당 차량을 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로라1은 르노코리아가 2020년 XM3 출시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신차로 볼보 전기차에 적용하는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소형 SUV인 XM3에 이어 중형 SUV로 하이브리드 차종을 확대하며 최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높은 시장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블리스 캄볼리브 르노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방한해 오로라 프로젝트를 점검하며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국과 글로벌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충족시켜줄 차량”이라며 “한국 시장은 물론 르노의 글로벌 시장 전략에도 중요한 차량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르노코리아는 오로라 프로젝트를 통해 2027년까지 총 3종의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오로라1·2는 하이브리드차로, 오로라3은 전기차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은 전기차 생산에도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1997년 완공 이후 오랜 자동차 제작 경험을 갖췄을 뿐 아니라 2000명 넘는 숙련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과 인접하다는 지리적 장점도 있다.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이러한 부산 공장의 강점에 주목해 전기차 생산을 위탁하기로 했다. 부산 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폴스타의 전기 SUV인 ‘폴스타4’ 생산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폴스타4는 국내에 판매되거나 북미 지역에 수출될 예정이다. 폴스타4는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전기 SUV다. 르노코리아는 폴스타4 생산 경험을 추후 자사 전기차 생산에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르노코리아는 설비투자와 신차 출시 등으로 실적 개선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노후화된 차량 모델과 신차 부재로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부진을 겪어왔다. 지난해 차량 판매 대수는 10만 4276대로 전년 대비 38.5% 줄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는 58.1%, 수출은 29.7% 각각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8748대로 전년보다 49.1%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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