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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에 젠슨 황 '소통' 철학 녹아든 엔비디아 사옥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혹자는 실리콘밸리의 ‘심장’은 샌프란시스코도, 산호세도 아닌 샌타클라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실리콘(반도체)’을 상징하는 빅테크가 샌타클라라 중심지 2km 반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성지인 ‘컴퓨터역사박물관’ 옆에는 인텔 본사가 위치해 있고, 그 반대편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앙처리장치(CPU) 라이벌 AMD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 이 골목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건물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지배자 엔비디아의 신사옥 ‘엔데버’와 ‘보이저’다. 우주선에서 따온 이름처럼 SF 소설에나 나올 외관을 자랑하는 쌍둥이 건물은 일취월장하는 사세를 반영하듯 거대한 위용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엔데버(왼쪽)와 보이저. 사진제공=엔비디아




1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찾았다. 이 장소는 당초 흔한 2층 건물이 있던 자리다. 직원이 늘며 길 건너편으로 오피스가 확장 됐고, 기존 본사 자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꿈꾸던 ‘이상향’으로 재건축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쌍둥이 같은 두 건물은 완공 시기도, 크기와 내부 디자인도 미묘하게 다르다. 먼저 지어진 엔데버는 2017년 완공됐다. 지상층 주차장을 제외하면 3층 높이로 4만6000㎡(약 1만4000평)에 달하는 넓이다. 이어 2022년 완공한 보이저는 4층으로 7만㎡(2만1000평)에 달한다. 두 건물을 합치면 축구장 5.5배가 들어설 수 있는 크기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엔데버는 황 CEO가 원하는대로 만들었다면 보이저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동원해 소음과 채광 등 미흡했던 점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사옥 설계에도 자사 기술을 적용한 셈이다.

두 건물은 외관만 볼 때는 ‘유리궁전’이나 우주선 같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각 층이 계단식으로 구성된 개방형 디자인과 천장의 삼각형 창을 뚫고 내려오는 자연광이 어우러져 한층 자연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엔비디아 본사 중 먼저 지어진 엔데버의 와관. 윤민혁 기자


삼각형은 엔비디아의 기틀인 3D 그래픽의 기본단위 ‘폴리곤’을 상징한다. 때문에 보이저와 엔데버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삼각형이 두드러진다. 창문 구조는 물론 바닥 타일도, 회의실 가림막도 삼각형으로 가득 차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기 전 현재의 엔비디아가 있게 한 회사의 기틀과 영혼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개방형 디자인은 각 층 간에만 적용된 게 아니다. 사무실을 나누는 벽이 없어 복도와 사무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복도 곳곳에는 직원들을 위한 카페테리아가 마련돼 있음은 물론 평범한 카페처럼 책상과 쇼파가 늘어져 있다. 엔비디아 사무실은 엔지니어 외엔 ‘지정석’이 없다. 글로벌 각지에서 총 3만3000여 명이 일하지만 전원 무제한 재택근무가 가능해 매일 출근하는 직원은 사실상 없다시피하다. 이 때문에 신축 사옥의 좌석도 총 3000개 가량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오피스 좌석에 앉아 일하는 직원보다 사옥 내 넉넉히 마련 된 ‘카페석’을 애용하는 이들이 많다. 안내를 맡은 엔비디아 관계자는 “사옥 내는 물론이거니와 ‘둥지’처럼 구성된 외부 정원 내 좌석만을 선호하는 직원도 있다”며 “황 CEO도 자신의 좌석은 있지만 독립된 ‘방’은 없어 누구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본사 보이저 내부. 사진제공=엔비디아


모든 기업의 본사 설계에는 각 사의 철학이 녹아 있다. 황 CEO는 엔데버와 보이저를 설계하며 개방형 디자인을 통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본사는 그 거대한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엘리베이터가 드물다. 침묵이 흐르는 엘리베이터보다는 발로 오가는 복도와 계단에서 소통이 싹튼다는 황 CEO의 철학이 담긴 설계다.

황 CEO는 AI 붐으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가 됐다. 그럼에도 분기에 한번씩 이뤄지는 타운홀 미팅에 빠짐 없이 참석한다. 타운홀 미팅이 이뤄지는 강당은 보이저 중앙에 위치해 있다. 야외 콘서트장 같은 모습으로 계단식 층간 구조를 이용해 무대 앞에 앉지 못하더라도 위층에서 관람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이뤄진 타운홀 미팅에서는 한 주니어 직원의 “주가 상승으로 돈을 너무 많이 벌어 반쯤 은퇴 상태로 회사에 놀러 다니는 시니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황 CEO는 이 ‘발칙한’ 질문에도 성실히 답했다고 한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타운홀 미팅은 황 CEO의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4~5시간도 이어진다”고 했다. 최근 주가 상승 이전부터 엔비디아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직원 충성도가 높은 회사로 유명했다. 그 드높은 로열티와 자부심의 원천은 창업자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선진적인 기업문화라는 점이 와닿았다.

삼각형 '폴리곤'을 형상화 한 엔비디아 본사의 지붕.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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