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보다 2000명 늘어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과 비수도권에만 배정해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방재승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공의들의 상당 부분이 이런 시스템에서는 의사 하기 싫다며 미국과 싱가포르 의사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인재 유출을 우려하고 나섰다.
방 위원장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공계 계통의 인재 유출이 의학 쪽으로 온 것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손실인데, 의학 쪽으로 온 이공계 인재들이 다른 나라 의사를 지원해서 다른 나라 국민을 치료해 준다면 얼마나 자괴감이 드는 상황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빨리 대화의 장을 만들어서 전공의들을 복귀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를 해 보자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정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비수도권 27개 대학에는 1639명을 증원한다. 전체 증원분의 82%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재 20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3058명)의 66.2% 수준인데 내년부터는 3662명으로 72.4%까지 높아진다. 정원 50명 이하인 ‘소규모 의대’만 있었던 경기·인천권의 경우 5개 대학에 361명의 정원이 배분됐다. 지역 거점 국립 의과대학은 총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한편 정원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과대학은 적정 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원을 최소 100명 수준으로 배정했다. 365명의 증원을 신청한 서울 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한 정원을 배분하지 않았다.
이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방 위원장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지방국립대 어떤 대학은 원래 정원이 49명인데 200명으로 발표가 됐다”며 “의료 현장에 있는 교수로서는 4배의 의대생을 배분했을 때 교육을 시킬 수가 없다는 걸 누구나 다 잘 안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수업실에서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병원 규모가 3~4배가 더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현실적으로 재원을 어디서 조달하며 교수진을 어디서 구하며 실현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비수도권에 정원 82%가 배치된 데 대해서는 “지방의대 나온 학생들이 결국 수도권으로 와서 전공의 트레이닝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면서 “향후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를 향해 “교수들이 생각하기에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은 필수의료 강화, 지역 의료 강화, 공공의료 강화”라며“그런데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에는 그런 세세한 게 하나도 안 들어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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