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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필요 없다"…개미들 '국장' 10조 팔고 '美장' 5조 샀다 [선데이 머니카페]

올 들어 3월까지 미국 주식 5.1조 순매수

유례 없는 활황에 작년 순매도에서 전환

코스피는 10조 팔아…21일만 3조 매도

주도주 성장률 부진…밸류업 정책 무색

증권사들도 해외 주식 마케팅 경쟁 가열

윤석열 대통령이 올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행사 이름 자체가 ‘민생토론회’였던 만큼 증권가에서는 당시 이를 개인투자자들의 자산 증대 효과를 겨냥한 정책으로 해석했다. 연합뉴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은 팔고 현지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 주식은 양도 소득세를 내야하지만 미국 주식이 엔디비아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압도하는 수익률을 보인 덕분에 별 문제가 안 된다는데요. 올해에는 한국 주식보다 미국 주식이 개인들의 최선호주로 완전히 자리 잡은 분위기입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대한 기대도 접은 게 아닌가 싶은데요. 증권사들도 무료 수수료 행사 등 각종 마케팅 수법을 동원하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 매수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들이 주가지수를 보며 놀라고 있다. 이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 9000선을 돌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서학개미, 올해 미국 주식 5조 이상 순매수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38억 7822만 2213달러(약 5조 1968억 원)입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억 5761만 6316달러(약 1조 153억 원)의 5배가 넘는 수치인데요.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해 연간 미국 주식을 28억 2626만 2709달러(약 3조 7694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180도 바뀐 셈입니다.

게다가 한국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는 양상입니다. 예탁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올 1월 7억 2978만 6428달러(약 9733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2월에는 그 2배가 넘는 14억 7412만 4480달러(약 1조 9660억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이달에는 겨우 3주 만에 16억 7431만 1305달러(약 2조 2444억 원) 매수 우위를 보였고요.

종목별로는 올 들어 21일까지 엔비디아를 8억 1808만 8754달러로 가장 많이 산 가운데 테슬라(7억 5702만 2872달러), 마이크로소프트(4억 6056만 8124달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1억 9905만 778달러), 인텔(1억 3693만 3891달러) 등의 순으로 순매수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미국 주식에 큰 돈이 몰리는 것은 미국 증시가 그만큼 강세이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올 들어 21일까지 84.64%나 급등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14.18%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 기간에만 무려 153.20%나 상승했는데요. 이 정도 체급을 갖추고 이런 수준의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한국 증시에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20일(현지시간)과 21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뉴욕 3대 증시가 연이틀 모두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같은 날 나란히 사상 최고가로 마감한 것은 2021년 11월 8일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이랍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신축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10조 순매도…증권사들 해외 주식 마케팅 경쟁 가열


개인들의 미국 주식 사랑은 최근 코스피 순매도 현상과 맞물려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는 올 들어 22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10조 76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요. 개인의 지난해 연간 순매도 금액이 13조 8342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3개월도 안 돼 벌써 전년 순매도 분의 70%가 넘는 주식을 판 셈입니다. 최근 정부가 가열차게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취지가 무색한 현상이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어지는 공매도 전면 금지의 효과도 반감된 듯합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과 한국 주식을 모두 팔았는데 올해에는 매매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죠.

개인들은 코스피지수가 2022년 4월 이후 23개월 만에 2750선을 돌파한 21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2조 9101억 원어치를 팔아치워 역대 최대 순매도 액수 기록까지 갈아치웠습니다. 미국 주식은 오르면 오를수록 더 사고, 한국 주식은 오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차익실현하는 흐름이 올해 내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성장주의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는 문제가 가장 커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 투자자 유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6월 말까지 개인을 상대로 미국 주식을 매수할 때 온라인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키움증권은 이달까지 미국 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투자자에게 비대면 계좌로 40달러를 입금해주고요.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종합 금융사 스티펄파이낸셜과 손잡고 현지 애널리스트의 일부 보고서 번역본을 하루 두 번씩 투자자들에게 제공합니다. 하나증권은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투자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요.

투자 전문가들은 다만 앞으로 글로벌 거시 경제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미국과 한국 증시의 앞날을 쉽게 단언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한국 주식 팔고 미국 주식 산 개인들이 어떤 투자 성적표를 거둘지는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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