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전차 가운데 독일의 ‘레오파르트2A7+’와 미국의 ‘M1A2 에이브럼스’, 영국의 ‘챌린저2’, 한국의 ‘K2 흑표’,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MK4’가 선두권을 차지한다. 대한민국의 전차가 위풍당당하게 명품 전차 반열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흑표는 2003년 국산 개발에 들어가 2008년 성공했다. 한국 육군의 두 번째 주력전차라는 의미를 담아 'K2'라는 제식번호가 붙었다. 별칭은 검은 표범을 뜻하는 ‘흑표’로 명명됐다.
현재 전 세계의 주력전차는 대개 3세대로 분류되는데, 흑표는 3.5세대에 해당된다. 미국과 독일, 러시아 등 전차 선진국은 4세대 개발을 시작했다. 4세대 전차는 스텔스 기능과 무인화, 최신 정보기술(IT)이 적용된 통합통제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이에 발맞춰 우리 군도 4세대 전차 개발에 나섰다.
북한도 2020년 10월 열병식과 2021년 10월 무기전시회에서 신형 전차를 외관을 공개했다. 전차의 성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이 외형 위주로 분석해 내놓은 결과로는 3세대급 이상의 전차 기술을 적용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육군의 주력전차 ‘K2흑표’와 북한의 신형전차 ‘M-2020’ 성능을 비교해 보았다. 두 전차가 맞붙는다면 과연 누가 더 셀까?
북 신형전차, 기존 전차보다 ‘방호력’ 강화
북한군의 신형전차는 지난 202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 전차의 공식 명칭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런 전차에 대해 최초 식별한 연도를 사용하여 명칭을 부여하는 전례가 있다. 이에 M-2020 전차로 명명했지만, 우리 군에서는 이 전차에는 명칭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신형전차는 어떤 배경에서 개발된 것일까.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이란 ‘줄피카(Zulfikar)-3’ 전차의 차체, 포탑, 반응장갑 설계와 북한제 ‘선군호’ 전차의 무장 시스템을 결합한 후 러시아 ‘T-14’ 전차의 선진적 설계 개념을더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보인다. 설계나 완성도를 보았을 때 기존 선군호 전차에 비해 급격한 전차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내부 공간이 넓어졌고 전면 측면에 이어 상부에도 반응장갑이 장착돼 방호력이 강화됐다”며 “대전차 미사일 2발 탑재, 능동방어 장치, 외부 광학카메라로 전차 외부 시야를 더 확보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북한군 신형전차는 기존의 주력 ‘천마호’와 ‘폭풍호’ 등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신형전차는 기존 전차와 비교해 뚜렷한 외형 변화가 있다. 전차 높이는 낮아지고 앞뒤 길이는 크게 늘어났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해외 최신 전차들의 기술을 반영한 것이다. 피탄 확률을 낮추기 위해 전차를 납작하게 설계하는 대신 포탑과 차량의 전면부 장갑은 대폭 강화해 차체 앞쪽은 길어졌다. 이 때문에 기존 주력전차였던 ‘선군915’(선군호)와 비교해 보기륜(궤도 속 바퀴)이 1개 더 늘어 7개가 됐다. 이는 두 개의 전차가 다른 차체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설계 방식은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도 모두 채택하고 있는 기술이다. 우리 육군의 ‘K2 흑표’와 중국의 ‘VT4’, 이란의 ‘카라르’ 등 신형전차 모습이 모두 비슷해지고 있는 것도 전면부로 포탄이 날아와도 큰 피해 없이 튕겨낼 가능성이 높여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것을 북한이 뒤늦게 선택한 셈이다.
K2에 있는 3.5세대 전차 핵심 기술 ‘능동방어체계’(APS)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T14 아르마타’에 탑재된 것과 모양이 매우 유사하다. APS는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과 포탄을 요격하는 기술이다. 게다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대전차 무기를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와 센서도 적용했다. 러시아 기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3.5세대 기술 ‘능동방어체계’(APS) 적용
차체 최후방 좌우측에 있는 ‘슬랫아머’도 눈여겨 볼 부분으로 이 부위에 창살 모양의 장치가 장착돼 있다. ‘성형작약탄두’가 전차 장갑에 닿기 전 폭발하게 하기 때문에 관통력을 절반 정도 줄여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44t인 선군호보다 훨씬 길어진 차체와 각종 추가 장비 때문에 전차의 무게는 50t 전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중량이면 고속으로 기동시키기 위해 최소 1200마력의 힘이 필요한데, 그 동안 800마력 이하의 저출력 엔진을 주로 사용하던 북한이 고출력 엔진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기동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높은 방어능력을 확보한 대신 선군호 최고속도인 시속 60㎞보다 더 느릴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최대 시속 70㎞에 이르는 K2 전차와 기동성으로 대결하면 완패할 가능성이 높다.
포신 앞쪽 끝부분과 포방패 위쪽에 동적 포구 감지기가 있다. 이 감지기는 사격 전에 포신의 미세한 휘어짐 상태를 감지해 조준 사격에 반영함으로써 포의 명중률을 향상시키는 장치다. 한국의 K1, K2 전차 시리즈 등 서방권의 3.5세대 전차에만 장착되던 기술이다. 만약 북한이 이 장비를 갖고 있다면 서방권 3.5세대 전차의 정밀 이동 사격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불새3’ 추정 新대전차미사일 포탑 탑재
북한 신형전차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 전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불새3’ 추정 신형 대전차미사일을 포탑 오른쪽에 장착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전차들의 주포가 K2 전차를 뚫지 못하는 파괴력을 보강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대전차미사일을 사용하면 주포 사거리 밖에선 강할 수 있지만, 사거리 내에선 K2 전차에 밀릴 수가 있다.
‘전차장용 조준경’도 주목할 부분이다. 주포엔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사격통제장치에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동적포구감지기’가 달려있다.주포는 러시아 T72부터 적용한 125㎜ 구경으로, K2 전차의 120㎜ 활강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T72가 52구경장(포신 길이와 포구 직경의 비율·숫자가 클수록 포신 길이가 길다는 의미)인 반면 북한 신형전차는 길이가 더 긴 55구경장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북한 신형 전차가 활강포로 최대 공격력을 갖췄다고 본다면 최대 사거리는 2500~3000m, 관통력은 500~600㎜로 러시아의 T90에 맞먹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K2 ‘흑표’ 전차는 3.5세대 전차로 분류되는 전차다. 통상 ‘3세대’ 전차로 분류되는 기준은 복합 장갑 적용과 컴퓨터화된 사격 안정 및 화력통제체계의 장착 여부로 판단한다. 일반적인 3세대 전차는 주포로 활강포를 기본 채택하고 있지만, 강선포(Rifled Gun)를 채택한 영국의 FV4034 챌린저(Challenger) 2 전차 같은 예외가 있으므로 필수 조건으로 보지는 않는다.
K2는 현대위아(WIA)에서 제작한 55구경장 120mm 활강포를 채택해 분당 15발을 발사한다. K2에는 르끌레르 전차와 유사한 자동급탄장치가 설치돼 있고, 예비 포탄 16발은 자동급탄장치 내에 장전되고 24발은 차체 내부 공간에 적재된다.
K2의 주포는 고폭탄(HEAT)이나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을 비롯한 NATO 스탠더드 포탄 외에도 위에서 아래로 표적을 관통하는 파이어-앤-포겟(Fire-and-Forget) 방식의 한국형 상부공격지능탄(KSTAM-II: Korean Smart Top-Attack Munition-II)을 운용할 수 있다.
KSTAM-II는 통상 전차의 장갑이 가장 두터운 전면부를 피해 상대적으로 장갑이 얇은 상부에 포탄을 내리꽂는다는 개념이며, 사격 자체도 포물선을 그리며 발사해 야포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KSTAM-II는 최대 8km 이내의 적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 KSTAM-II는 대전차 유도미사일과 달리 자체 유도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4개의 비행용 핀(fin)이 있어 목표까지 스스로 유도해 간 뒤 마지막 단계에서 소형 낙하산을 개방해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하도록 좌표를 수정한다. 특히 KSATAM-II는 전차가 은폐된 상태에서도 표적을 격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격통제장치는 자동으로 물체 추적·격멸
K2 전차는 밀리미터 밴드 레이더인 EHF(Extreme High Frequency) 레이더를 채택한 점도 독특하다. K2는 사격통제장치와 연동된 레이더를 통해 주행 간 지형 층고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 이동 간 포사격 시 안정성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EHF 레이더는 포탑 전면부에 설치돼 레이저 거리측정기 및 측풍(測風)센서와 함께 장착돼 있다
EHF 레이더는 현수장치와도 연동돼 차량이 주행을 정지하고 최대한 높이를 낮추면 KSTAM-II 포사격을 실시할 것으로 간주하여 목표물까지 필요한 각도를 계산한다. K2의 고급 사격통제장치는 지상 위의 차량뿐 아니라 저고도로 비행하는 헬기 같은 물체도 포착할 수 있다. 유효 사거리는 10km에 달한다. K2의 사격통제장치는 자동으로 차량 크기의 물체를 포착 및 추적해 격멸할 수 있도록 승무원을 지원한다.
K2는 부무장으로 K-6 12.7mm 기관총 한 정과 7.62mm 공축기관총이 장착돼 있다. K2는 복합장갑을 적용했지만 복합장갑을 적용한 대부분의 전차들과 마찬가지로 장갑에 적용한 소재의 종류나 비율은 기밀로 분류하고 있다. 수출용 형상은 로켓 공격이나 대구경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부터 전차를 보호하기 위해 측면에 복합장갑을 추가했다.
포탑 후면과 차체 후면에는 대전차 방호용 네트를 설치했다. 차체 외부에는 조립(모듈)식 반응장갑(ERA: Explosive Reactive Armor)을 블록 형태로 추가해 붙일 수 있다. K2의 장갑은 차체 전면부의 경우 55구경장 120mm 전차포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능동방어체계(APS: Active Protection System) 및 대응체계, 그리고 화생방(NBC) 방호체계가 설치돼 승무원의 생존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K2는 기동성에 중점을 둔 전차로 기본 중량은 대부분의 3세대 전차보다 가벼운 편인 약 55톤 정도이다. K2 전차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한반도 지형에 맞춰 기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현수장치(suspension)다. 한반도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험준한 산지가 많은 편이므로 어떤 지형에서도 차축의 높낮이를 조정하여 안정적인 자세를 잡도록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K2에 채택된 암 내장형(In-arm) 유기압 현수장치는 차체의 앞뒤 높이를 위아래로 조정함으로써 주포가 표적을 향해 안정적으로 사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차체를 지면에 최대한 가깝게 낮출 수 있어 언덕 아래를 향해 내려다보면서 사격을 하거나 최대한 높이를 낮춰 적에게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K2는 도하장비 없이 1.2m까지 도하하는 것이 가능하며, 타워 형태로 설계된 스노켈(snorkel)을 장착할 경우 최대 4.2m까지 잠수 도하를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1990년대 말 불곰사업으로 국군에 도입된 T-80U 전차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도하장비 없이 1.2m까지 도하 가능
K2는 해외 고객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파생형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관심 고객이 늘어감에 따라 사막용 형상도 개발 중이며, 혹서 환경에 대비해 기온이 43도까지 오르는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에어컨 용량을 늘리고 파워팩의 냉각 능력도 개선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간 전쟁에서 확인됐듯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 방호 문제도 중요하므로 STAGNAG 레벨 4 수준으로 대전차 지뢰 방호 능력을 강화해 차체 하부 방어 능력도 보강했다. 승무원 생존성을 위해 좌석에도 내폭 설계가 적용됐다.
K2 흑표 전차는 2014년 6월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초도 양산 분은 독일 MTU사의 파워팩을 장착했다. 1차 배치는 2014년 6월, 총 15대의 전차가 중부 전선에 위치한 7기동군단 예하 기계화보병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2014년 말부터 K2 흑표 전차로만 구성된 전차 대대가 처음 편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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