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과 교회·절·향교 등을 한달음에 만날 수 있다. 다종교 공존의 대표적 모범 사례인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이자 고대 백제의 수도인 충청남도 공주시에 천주교·개신교·불교·유교 등의 유적을 총망라한 ‘종교문화유산의 길’이 조성된다.
흔한 놀이 시설 관광지에서 탈피해 한국적 걷기 여행길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이 길을 설계한 문화체육관광부는 26일 “‘종교문화유산의 길’이 처음 공주에 조성된 것은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종교와 호국·역사라는 주제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번 ‘공주 종교문화유산의 길’은 공주시 교동에 있는 국내 대표적인 천주교 순교지 중 하나인 ‘황새바위순교성지’에서 시작된다. 바로 길 건너 야구선수 박찬호의 사진이 크게 붙어 있는 그의 모교 공주중학교가 보이기도 한다.
이어 원도심을 통과해 유학자 오강표가 1910년 경술국치에 분개해 자결한 곳인 ‘공주향교’에 이른다. 주위에 귀여운 카페 등 가게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걸으면 1897년 설립된 공주 지역 최초의 천주교 성당인 ‘공주중동성당’과 유관순 열사가 어릴 때(1914~1916년) 공부했고 공주 지역 만세 운동 주도 등 독립운동으로 알려진 ‘영명중·고등학교’로 이어진다.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제민천 건너편에 공주 지역 최초의 감리교회로서 민족 대표 33인 신홍식 목사가 재직했고 현재는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주제일교회’와 527년 백제 성왕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당간지주가 남아 있는 ‘대통사지(터)’까지 이르는 도보 탐방로다.
전체 구간은 5㎞로 걸어서 대략 2시간이 소요된다. 길은 원도심의 주택가를 통과해 이어지며 중간에 공주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공주산성시장도 지나게 된다. 한정된 지역에 이렇게 국내 주요 종교와 역사 유적지가 몰려 있는 것도 극히 드물다.
이런 이유로 첫 ‘종교문화유산의 길’로 공주가 선택됐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앞으로 안내판과 쉼터를 세우는 등 코스를 정비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공주는 이외에 무령왕릉으로 대표되는 왕릉원, 공산성, 백범 김구 선생이 불교에 출가한 마곡사, 충청권역 수장고를 운영 중인 국립공주박물관 등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종교문화유산의 길’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충남·세종·전북의 종교 문화와 치유 요소를 결합한 지역 연계·협력형 관광 진흥 사업으로 추진 예정인 치유 순례 상품 개발, 비단가람 자전거길, 치유길 도시락 개발 등의 시범 사례이기도 하다.
글·사진(공주)=최수문 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