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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굴기' 노리는 中 메모리 3강, 설비투자액 90% 늘린다 [biz-플러스]

[딥임팩트, 차이나 쇼크가 온다]

◆꺾이지 않는 '반도체 굴기'

창신·양쯔·푸젠진화 올 8.6조 쏟아부으며 공격 행보

한국 등 글로벌은 8% 증가 그쳐

CXMT 공장 전경. 사진제공=CXMT






중국이 미국의 거센 반도체 압박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칩 설비 구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메모리 ‘초격차’ 기술을 꺾으면서 한국·미국·대만·일본 등이 형성한 칩 동맹 전선을 누르고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1일 대만의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의 3월 리포트에 따르면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푸젠진화(JHICC) 등 중국의 대표 메모리 기업들은 올해 총 64억 5900만 달러(약 8조 6867억 원)를 설비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90.3%나 많은 돈을 설비투자에 쏟아붓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포함한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설비투자액은 412억 2400만 달러로 7.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 불황이 걷히면서 기업들도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중국 메모리 회사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실제 D램 회사인 CXMT와 낸드플래시 제조사 YMTC의 기세가 매섭다. CXMT는 올 1분기부터 베이징에 새로운 라인을 열면서 4분기에는 연초 대비 40% 이상 늘어난 월 20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YMTC는 설비투자에만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30억 달러를 투입한다. 우한 2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려 월 13만 장 수준의 낸드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 메모리 회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4% 미만이다. 다만 이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잡고 있는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인재 영입과 기술 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2022년부터 핵심 메모리 장비 수출을 규제하면서 대중 압박의 강도를 높였음에도 내재화 전략 등으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맞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메모리 외에도 화웨이·SMIC를 주축으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작업에 한창”이라며 “화웨이는 반도체 설계는 물론 첨단 D램 제조와 시스템 반도체 생산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구형 DUV장비로 3나노 생산…美제재 뚫은 '반도체 쩐해전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시설 투자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부족한 기술력을 자금력으로 메워 ‘반도체 굴기’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 시장에서 구형 장비로 통하는 심자외선(DUV) 장비를 활용한 미세 회로 공정 진입이다. 그동안 반도체 시장에서는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공정에서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상식으로 통했다. EUV에서 사용하는 짧은 파장의 광원이 미세 회로를 새길 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DUV로는 7나노 이하 반도체를 만들더라도 양품의 비중(수율)이 너무 낮아 생산 비용이 급등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잇달아 공정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화웨이가 7나노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한 데 이어 중국 대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인 SMIC는 최근 3나노 칩 생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장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일 “칩 하나, 나사 하나에까지 비용을 절감하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라면 막대한 손해를 입어가며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구형 장비라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면 기존 업체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노하우를 찾아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자립 방식을 찾아내는 게 중국으로서는 더 중요한 과제라는 의미다.

막대한 시설 투자는 기술 자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유례없는 반도체 한파 속에서도 시설 투자에 378억 6100만 달러(약 51조 원)를 쏟아부었다. 이는 전년 대비 1.9% 감소한 수치로 글로벌 기업들은 이 기간 평균 10.42%를 줄였다. SMIC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55%나 하락했지만 설비투자는 17.6% 늘리는 등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기도 했다.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았던 화웨이 또한 지난해 매출액 7042억 위안(약 130조 8000억 원), 순이익 870억 위안(약 16조 16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6%, 순이익은 144.5%나 증가해 대중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전체 집적회로에서 중국 내 생산되는 제품의 비중은 지난해 23.3%로 상승했으며 2027년에는 26.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생산 점유율은 2018년 18.4%에서 지난해 23.8%까지 상승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네덜란드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완전한 고립 정책은 실행 가능하지 않다”며 “오히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더 빠른 혁신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성장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생산능력 확장을 노리는 중국이 앞으로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종 장비나 인력을 싹쓸이할 수 있어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그래도 중국 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는 데 대한 최소한의 심리적 허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거의 없을 만큼 중국으로의 이동이 일반화됐다”며 “몇 년 일하고 오면 한국 연봉의 몇 배를 벌 수 있으니 개인으로서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고 앞으로도 인재 유출은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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