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수원정 후보가 지난 2022년 8월 14일 유튜브 ‘김용민TV’에서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이라며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말도 안되는 쓰레기같은 말을 쏟아내는 김준혁 후보 아시느냐"며 "이대 출신 민주당 의원 많다. 그분들한테 묻고 싶은데 그거 괜찮나"라고 지적했다. 김활란의 친일 행적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만큼 정치권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이대생의 미군정 성상납 발언에 대해 교수와 기사자료 등의 평가를 찾아보았다.
“낙랑클럽 총재 김활란”
2012년 최종고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승만 포럼에서 ‘이승만과 메논, 그리고 모윤숙’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최 교수는 발표문에서 낙랑클럽의 총재를 김활란이라고 지목했다.
“낙랑클럽은 건국기에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여사가 은근히 지원해주면서 영어를 잘 하는 교양 있는 여성들에게 주한 외국인을 상대로 고급외교를 하도록 조직한 비밀사교단체였다. 미군정보부의 조사에 따르면 1948년 혹은 1949년부터 있었다. 총재는 김활란이고, 모윤숙이 회장으로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주로 이화여대 출신으로 영어를 잘하는 미모의 여성 150명 정도라고 되어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낙랑클럽에 대해 “과거 일본이 1860년대 메이지유신으로 처음 서양에 개방될 때 서양인들의 마음을 잡으려 여성들을 동원해 춤도 추고 접대도 했다”며 "낙랑클럽은 일본의 방향과는 달리 여성 문인들이 주도해 문학적 문화적 교류를 통해 외교를 펼쳤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대 출신 전숙희가 본 낙랑클럽…"미 군정청 실력 만나"
1919년 생으로 이화여전을 졸업한 전숙희 작가는 저서 ‘사랑이 그녀를 쏘았다: 한국의 마타하리 여간첩 김수임’에서 낙랑클럽을 이렇게 묘사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남한의 우파 정치인들과 친분이 두텁던 모윤숙이 주동이 되어 발족한 낙랑클럽은 미군 고급 장교와 한국 정치인을 상대한, 기지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교 클럽이었다. 고구려 시대 낙랑공주와 같이 고귀한 신분을 가진 여성들만이 선택되어 입회되었던 것이다. 미군을 만난다지만 상대는 미 군정청의 실력자들인 장성급, 고급 장교에 한정되었고, 남한에 들어와 있던 각 나라 외교관과 유엔 산하 각종 단체장이었다. 사교적인 파티에 참석하여 그런 외국인들로 하여금 남한에 호의를 갖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화 출신을 중심으로 한 달 만에 100여 명이 낙랑클럽 회원으로 지원했다. 그들 중에는 정부가 수립되고 장관급에 오른 주요 정치인의 부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전 작가는 책머리에서 ‘수임 언니’의 진심을 살려내기 위해 이 글을 쓴다고 했다. 여기서 전 작가가 언급한 ‘수임언니’는 한국판 마타하리 사건으로 불리는 간첩 김수임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기술된 ‘김수임 간첩 사건’을 보면 “김수임은 모윤숙이 만든 ‘낙랑클럽’이라는 주한 미군 대상의 사교 클럽에서 미국인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베어드와 동거하면서 사교계의 여왕으로 부상했다”고 적혀 있다.
모 언론사의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문서 입수 기사…"낙랑클럽, 접대행위"
1995년 유력 중앙지의 기사가 입수한 기밀해제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의 문서에 따르면 여기에서도 낙랑클럽은 미군을 접대했다고 나와있다.
"최근 미국의 국립문서보관소가 비밀해제한 문서 가운데 한국관련 자료를 긴급 입수,분석한결과 개인에 대한 정보수집문서인 「모윤숙(毛允淑)파일」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문서에 따르면 낙랑클럽은 48년께 시인이자 정치인이였던 모윤숙의 주도로 결성돼 국내 모 여대 출신의 용모단정한 영어가능자 1백5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주로 주한외교사절.미국 고위관리.미군고위 장성 등을 위한 접대행위를 했으며,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들을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은 미국측과의 협상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수 들의 평가와 각종 자료 등을 보면 김활란이 낙랑클럽에 관여를 했고 낙랑클럽은 미군정 고위 관료들에게 접대를 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만 김 후보가 언급한 ‘성상납’을 접대 행위로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볼 수 있는지는 구체적 사료 없이는 판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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