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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통신 경쟁' 앞길 막는 포퓰리즘

■진동영 IT부 차장





“청년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청년요금제 데이터 제공을 두 배로 늘리겠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말정산 때 통신비도 세액공제를 해주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약)

4·10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가 막판 표심 잡기 전략으로 택한 것은 또다시 철 지난 가계 통신비 인하 경쟁인 듯하다. ‘선거철 단골 공약’이라는 표현마저 진부할 정도로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여야가 앞다퉈 총선 대표 공약으로 ‘가계 통신비 인하’를 내걸며 홍보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공공 와이파이 확대,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등이 대표적인데 딱히 새롭거나 획기적이랄 것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정부가 함부로 통신비를 높일 수 없게 두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데 ‘획기적 경감’을 이룰 여유분이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가계당 통신 지출비가 12만 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공약집에서 통신비 절감 대책을 뺄 수는 없다 보니 결국 통신사의 희생을 억지로 요구하는 주먹구구식 대책이 또 나온다.



정부는 이미 올 1월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단통법 폐지를 천명했다. 즉각적인 효과가 나지 않자 최근에는 번호이동 전환 지원금을 높이겠다며 우회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 3사 수장을 직접 만나는 등 다방면으로 몰아세운 덕분에 결국 지원금이 늘어나기는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스마트폰을 교체하려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가장 잘 알겠지만 별다른 실익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어쨌거나 정치권의 표심 대결 속에 이번에도 통신사들은 곳간을 열어야 했다는 거다. 그렇다고 딱히 생색이 나는 것 같지도 않다.

문제는 지금 국내 통신 업계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 경쟁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성장성이 정체되고 있는 통신 시장을 넘어서기 위한 인공지능(AI) 신사업 등 ‘탈(脫)통신’을 위한 성장 여력도 비축해야 한다.

정부는 통신사들을 압박해 지갑을 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이를 위한 방편이 ‘건전한 경쟁 촉진’이라지만 설익은 선거용 공약과 맞물려 생각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정치권의 생색내기를 위해 기업이 희생되는 부조리는 이제 끊어야 한다. 생존을 위해 갈 길 바쁜 기업을 쥐어짜는 것은 멈추고 국가 경쟁력을 위해 진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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