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기반의 차량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하자 연비와 친환경성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춤하는 전기차를 대신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화의 흐름이 LPG까지 확장될지 주목된다.
8일 대한LPG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행 중인 LPG 하이브리드 택시(4대)의 평균 복합 연비는 ℓ당 16.3㎞로 동급 차량의 기존 LPG 택시(ℓ당 9.6㎞)보다 69.7% 향상됐다. 기아의 K5에 2ℓ급 LPG 풀하이브리드 엔진과 배터리를 탑재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도로 위에서 실주행한 결과다. 시범사업 기한은 올 12월 말로 8개월가량 남았음에도 연비 효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친환경성을 갖춘 LPG차가 하이브리드화를 거치자 강점은 더욱 뚜렷해졌다. 시범사업 차량들의 이산화탄소(CO2) 평균 배출량은 ㎞당 75.2g으로 일반 LPG(㎞당 136g) 대비 44.7% 줄었다. LPG차의 약점으로 지적 받는 낮은 연비를 개선하면서도 강점인 친환경성을 한층 강화한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기택시 운행에 따른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다. 법인택시는 통상 낮과 밤에 2교대로 운행하는데 전기택시는 과다한 충전 시간으로 인해 이를 따르기 쉽지 않다. 차량에 대한 자체 수리가 불가능해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점, 전기택시 탑승 때 느끼는 멀미 등 불편한 승차감도 고민거리다. 반면 하이브리드 LPG택시는 차량의 유지 보수가 쉽고 충전 시간이 짧아 운영이 용이하다.
주행 성능도 뒤처지지 않는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블루젠트에 따르면 K5 LPG 풀하이브리드차의 엔진 최고 출력은 155마력, 최대 토크는 19.7㎏·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최대 38.6㎾의 전기모터 출력이 추가된다. 엔진 출력만 놓고 보면 K5 2.0 가솔린(160마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범사업을 넘어 실제 택시 등 승용차 시장의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합리적인 가격 확보가 우선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는 2009년 7월 LPG 하이브리드차인 아반떼 LPi와 포르테 LPi를 각각 내놨지만 비싼 가격 등으로 수요 부진을 겪다 2014년 1월을 끝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PG의 하이브리드화는 엔진을 개조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확산에 한계가 있다”며 LPG 하이브리드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완성차 업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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