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이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 소속의 마 전 총통은 당초 8일 시 주석과 회동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는 10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미일 양국 정상이 대만 문제를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 주석이 친중파 대만 전 총통을 만나 견제구를 날리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만 안보 위기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자 하루 전날인 18일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이 참가한 중앙아시아 정상회담 개최로 맞불을 놓았다. 당시 G7은 히로시마 정상회담 후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요불가결하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이 중앙아시아 우군을 결집해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날 홍콩명보는 “마 전 총통 방중 대표단을 수행하는 대만 언론인들이 코로나19 감염 확인을 위한 핵산 검사를 받았다”며 이는 시 주석과 마 전 총통 회담 취재를 위한 것이라 보도했다. 중국은 올해 양회 취재를 신청한 언론인을 대상으로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만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를 인정하는 국민당 세력과만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만 독립 세력인 현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과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시 주석과 마 전 총통은 이번이 두 번째 공식 회동이다. 마 전 총통은 재임 기간(2008~2016년) 중국과 밀월 관계를 유지했고, 지난해 3월 말에도 중국 당국의 초청에 응해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1949년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 74년 만에 전·현직 대만 총통으로는 첫 방중으로 화제를 모았다.
중국 당국은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도 국민당을 후방 지원했으나 라이칭더 부총통이 당선되면서 현재 대만과는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지난달 체코를 방문한 샤오메이친 대만 부총통 당선인을 체코 주재 중국 대사관의 한 무관이 미행하다가 지난 5일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 무관은 샤오 당선인 차량을 뒤쫓다가 교통사고가 날 뻔 했으며, 체코 당국에 의해 추방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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