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중재국 미국이 제시한 협상 카드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6주간의 휴전과 양측의 포로(팔레스타인 900명, 이스라엘 40명)를 석방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번스 국장은 또 지난 10월 7월 전쟁 이후 가자지구 북부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7일부터 이틀 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협상에 중재국으로 참여한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가 오는 9일까지 이번 제안에 응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양측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병력 대부분을 철수하면서 휴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휴전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를 격퇴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재차 강조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카이로 회담에 대한 자세한 보고를 받았다”면서 “승리를 위해서 라파에 진입해 테러리스트 대대를 제거해야 한다. 라파로 진입할 날짜가 정해졌다”고 밝혔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라파는 가자지구 내 지상전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피란민 10만 명이 몰려 있어 국제사회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또한 중재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하마스 측이 요구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귀환과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가 양측 합의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인들과 섞여 가자지구에 들어와 다시 세력을 키우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 파트너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극우 정당을 이끄는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에 대한 공격 없이 휴전에 동의할 경우 정부를 전복시키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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