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해외 순방을 자제하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등 국내에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취임 이후 16차례의 순방을 떠났지만 지난해 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예측에 실패하고, 여당의 총선 참패로 ‘내치’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달 30일 서울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윤 대통령은 로렌수 대통령과 무역, 투자, 조선, 에너지 등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증진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에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루마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루마니아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건 16년 만이다.
5월 한국을 찾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에 따르면 무함마드 대통령은 5월 중순 한국을 찾아 에너지방위·플랫폼 산업 등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은 UAE를 국빈 방문해 무함마드 대통령으로부터 300억 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았는데, 무함마드 대통령이 서울을 찾는 만큼 두 정상이 재회해 투자 이행 상황은 논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외신에 따르면 이달 말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부쩍 해외 방문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3차례 순방길에 올랐지만 올해 들어선 한 차례도 순방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2월엔 출국 나흘 전 순방을 돌연 연기하는 일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당초 지난 2월 18~24일 독일·덴마크를 각각 국빈, 공식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14일 ‘순방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통상 수개월에 걸친 상대국과의 조율, 대통령실 및 경호처 직원들의 사전 답사, 기업인 등 경제사절단 일정 조율 등을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외교가에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순방을 자제하고 국내에서 잇달아 외교 행사를 여는 것에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총 16차례 순방을 떠났다. 야권에선 한 달에 한 번꼴인 해외 순방이 잦다며 비용·성과 등을 정치 쟁점화해 왔지만 윤 대통령은 ‘세일즈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9일 해외 순방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인 ‘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이 나면서 대통령실이 강조했던 순방 성과가 무색해졌고, 순방에 대한 여론적 피로감 또한 급격히 커졌다.
여기에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까지 겹치면서 윤 대통령의 순방 자제 기조는 당분간 이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내 현안과 민생을 돌볼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현 시점 출국 자체가 야당에 공격의 빌미가 된다는 점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변한 국제 정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조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다자회의에 적극 참석해 다른 국가들과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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