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관련 자료 총 49건, 이를 바탕으로 집행정지 항고심을 판단할 재판부의 결정에 석 달 가까이 이어진 의정(醫政) 갈등도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등 관련 회의록과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다룬 기사, 대도시의 의사 쏠림현상과 의사들의 높은 연봉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 등도 제출 자료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정부와 법원, 의료계 등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은 의료계가 제출한 의대정원 증원·배분 결정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해 13~17일께 결정을 내리게 된다. 기각하면 의대정원이 27년만에 증원되는 과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반면, 인용되면 내년 증원 계획은 무산된다. 1심에서는 의료계가 신청인 자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이 나왔지만, 항고심에서 증원 결정 과정과 2000명이라는 숫자가 도출된 과정 등 자료를 내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재판부 결정 전까지 모든 절차를 중단토록 권고했고, 의료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집행정지 인용과 이에 따른 의대정원 증원이 무산될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정부가 법원에 낸 것은 총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다. 보정심 심의안건과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제출했다. 또한 각 대학 수요조사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한 ‘의학교육점검반’ 활동 보고서 등도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화 채널이었던 의료현안협의체는 회의록이 없는 대신 당시 배포했던 보도참고자료와 브리핑 발언 내용 등을 제출했다. 교육부의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역시 회의록이 없는 대신 회의 중 정리했던 내용과 발언 등을 모았으며, 위원들의 성명이나 소속 등 개인정보 사항은 비공개로 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그 동안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라고 주장했던 연구보고서도 제출 목록에 포함했다. 보고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연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서울대가 작성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다.
정부는 이 외에도 증원의 근거가 될 만한 관련 자료들도 냈다. 여기에는 2022년 서울아산병원 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치료 받지 못하다 숨졌던 사고를 소개한 기사도 포함했다. 당시 대형병원마저도 필수의료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파장이 있었다. 진료보조(PA) 간호사가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상황에서 위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의사의 역할을 대신해왔다고 소개한 기사도 있다.
2022년 7월 공개했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도 포함했다. 당시 조사에서 2020년 기준 의사 평균 임금이 약 2억여원으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서울 지역 인구 당 의사수가 경상북도보다 2.4배나 높을 정도로 의사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사실이 이슈가 됐다.
집행정지 신청이 어떻게 결정되든 대법원 재항고를 통해 결정을 뒤집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인용하면 정부가 내년도 입시에 의대정원 증원을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데, 대법원 재항고가 그 안에 마무리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경우 정부는 내후년 입시에 증원분이 반영되도록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 증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기각되면 내년도 의대정원 증원은 확정 초읽기에 들어간다. 일선 대학들 가운데는 증원된 의대 정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법원 결정 이후 확정하기로 미룬 곳들이 적지 않다. 기각 결정이 나면 이렇게 미뤘던 대학들이 개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이 마무리되고 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기존에 대학들이 제출했던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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