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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끝났다”…빚더미 사회 ‘폭탄’ 터지나 [Datareport]

재정압박·고령화·인플레 등 구조 변화에

저금리 막내리고 ‘중립금리’ 인상 기조 진단

"연준 금리 인하 시작해도 초저금리 안와"

美 ‘나라빚’ 34조弗 넘어 ‘2차대전’ 수준에

100일마다 1조달러 늘고 이자만 수천억

韓도 국가채무·가계부채·조달비용 증가

이자 부담 늘면 자산시장 충격도 불가피

제롬 파월(왼쪽) 미국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 AFP연합뉴스




최근 금리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는 거 같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인지, 내린다면 얼마나 내릴 것인지, 언제까지 내릴 수 있을지, 과연 금리 인하는 적절한 판단일지, 혹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은 아닌지 등 다양한 관측들이 언급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준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는 다시 도래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중립금리(자연이자율, R*)가 올라가고 있다는 진단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중립금리란 무엇인지, 현 상황과 앞으로 펼쳐질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앞으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중립금리란?

중립금리, 말이 조금 어려운데요. 경제학에서는 노동-재화-금융 시장이 균형을 이루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또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초래하지 않는 안정적인 금리를 중립금리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경기를 과열도, 냉각도 유발하지 않은 이상적인 금리 수준입니다. (사실 이보다 복잡한 구조가 깔려 있지만 결론만 말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 중립금리는 이론 금리입니다.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금리가 아니라는 뜻이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관측에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사후적으로 도출되기도 합니다. 쉽진 않겠지만 정확한 금리 수준의 진단이 가능하다면 경제를 이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즉 경기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맞추면 되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 일상 생활과 동떨어져 학계에서나 중요할 거 같은 중립금리는 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바로 중립금리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주요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테일러 준칙’이라고 하죠. 경제학자 존 테일러가 1993년 제안한 적정 기준금리 산정 방식인데요. 이 식은 ‘테일러 준칙 기준금리=(실질)중립금리+현 인플레이션 상승률(근원 PCE 지수)+0.5×(현 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목표치)+산출갭’입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데요. 이것도 쉽게 말하면 인플레이션, 산출갭(실제 GDP와 잠재 GDP 차이), 중립금리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산정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중요한 건 여기서 중립금리가 변화하면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 연준이 판단하는 (명목)중립금리는 2.6% 수준으로 알려집니다. 2018년 3%에서 하향 추세를 그렸습니다. 뉴욕연은이 발표하는 ‘로바크-윌리엄스 모델’에 따른 중립금리는 2023년 4분기 기준 1.12%입니다. 뉴욕연은은 1961년에 해당하는 수준부터 공개하고 있는데 이 또한 긴 관점에서 보면 금리 수준은 점차 내려왔습니다. 다만 2018년 4분기 1.37%에서 2021년 4분기 2.03%로 반짝 상승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통화 당국은 관련 수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추론은 있는데 이 기사에서는 생략할 예정입니다.



◇중립금리가 오른다? 왜?

하향 안정화하던 중립금리를 두고 전문가들은 왜 상승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 것일까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25~5.5%(중앙값 5.35%)입니다. 어떤 중립금리 모델을 따르든 현재 추정되는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치죠. 이상적인 금리보다 현실 금리가 더 높다면, 경기는 침체로 접어들어야 합니다. 금리를 높인다는 것은 시중 자금을 회수해 경기를 침체로 이끌겠다는 의도적인 결정입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어떤가요. 매달 나오는 물가·고용 지표를 긴장감 속에서 지켜보고 있죠. 이번에는 또 ‘얼마나 올랐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죠. 그만큼 현재 미국 경기는 침체는커녕 과열 양상을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과거에 추정한 중립금리가 현 경제 상황과 맞지 않다는 생각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앞서 중립금리란 경기를 과열시키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상적인 금리는 지금보다 높다는 논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미 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특히 학계에서는 자금(대부)시장의 구조적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진단들을 내놓습니다. 경제학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이 이루고 이때 수량과 가격이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자금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금의 공급은 저축, 수요는 투자입니다. 이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장가격이 결정되는데 이것이 곧 이자율, 금리입니다. 금리는 곧 돈에 대한 가격입니다. 다만 이 때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바뀌게 되면 금리 수준 또한 바뀝니다. 예를 들면 재정지출, 국가 채무와 관련한 것이 있을 수 있죠. 즉 정부의 재정 지출이 증가한다는 건 곧 자금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으로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됩니다. ‘재정지출 증가→자금 수요 증가→자금 수요곡선 우측 이동→금리 상승’ 구도입니다. 민간 투자 증대, 인구 고령화 등도 금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입니다.(자세한 것은 위의 그림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초저금리 시대는 끝났다.” ‘연준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금리 오르면 늘어난 정부 빚은 어떻게?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늘립니다. 누가 빚을 내든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선 정부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빚을 내는 방식에는 채권 발행이 있는데요. 정부가 채권을 팔고 이 채권을 사들인 쪽에서 정부에 자금을 수혈하는 것이죠. 이때 정부는 돈을 빌려준 대가로 채권 매수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산정되는 금리가 크게 올랐습니다. 한국의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는 2020년 1.38%였는데 2023년 3.57%가 됐습니다. 2020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0%대였지만 지난해 3.50%로 높아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 빚의 절대적 규모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한국의 국가채무(D1)는 2018년 680조 원 에서 2022년 1067조 원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앞으로 2027년 1417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합니다. 물론 한국의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실제 한국 국가채무는 GDP 대비 40~50% 선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늘어나는 정부 빚에 관리는 필요하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IMF가 2010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정부 빚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성장률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X축과 Y축이 음(-)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이런 상황을 보여줍니다.



물론 정부 빚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 사정은 더 심각하다는 우려들이 나옵니다 .미 재무부 자료를 보면 올 5월 14일 기준 정부 빚(Debt)은 34조 5725억 달러에 이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4경이 넘는 수준입니다. GDP 대비 120%가 넘습니다. 특히 증가 속도가 놀랍습니다. 대략 100일이 지날 때마다 1조 달러(1300조 원)가 늘어나는 수준입니다. 올 4월 이자 지급에만 6240억 달러가 들어갔습니다. 2021회계연도 정부 빚의 평균 이자율이 1.61%였는데 2023년 2.97%로 올랐습니다. 전망도 밝지 않은 거 같습니다. 최근 미 의회예산처(CBO)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10년 뒤 미국 정부 빚은 18조 9000억 달러 더 불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총 나라 빚이 54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기간 이자 비용으로만 12조 달러 이상이 나갈 것이라는 추정치도 있습니다. ‘2차대전 수준’이라는 우려는 이런 이유에서 나옵니다. 미 행정부가 사회보장프로그램, 친환경 등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출 부담이 늘어났는데 세수는 따라오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오는 11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관측입니다. 미국의 정부 부채 증가는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통화 정책은 우리에겐 남의 일이 아닙니다.

부채를 줄이려면 씀씀이를 조절하거나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요. 그런데 기존에 쓰던 정부 예산을 줄이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세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금을 올린다는데 좋아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겁니다. 과연 앞으로 상황은 나아질 수 있을까요?



◇민간 빚도 우려스럽다?

이자 부담은 민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가계부채 문제죠.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총 가계신용은 지난해 1886조 원 규모로 집계됩니다. 5년 전인 2018년(1536조 원)보다 약 22.8% 늘었습니다. 코로나 충격, 부동산 급등 등이 불러온 사태입니다. 최근 다소 사태는 완화하고 있다지만 우리 경제의 큰 뇌관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욕연은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가계부채는 17조 6900억 달러로 나타납니다. 2018년 13조 5400억 달러에서 늘었습니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카드빚이 특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가계부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재정 투입 압박이 높아지고 이는 또 금리 변화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금리 오르면 집값은?

금리가 변화하면 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자율이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부동산, 주식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분야에서 금리와 시장가격 변화 관계를 살펴봤는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분석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해당 연구는 2018~2022년 전국 아파트가격과 금리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것인데요. 결론은 코리보(12월), CD(91일), 국고채(3년) 등과 주택 가격 간의 관계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음(-)의 관계란 하나의 변수의 수치가 올라갈 때 다른 변수는 줄어드는 관계를 말합니다. 즉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이죠. 결국 금리가 오르면 주택 가격은 떨어지는 경향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거 같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아래 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상관계수의 의미는 0일 경우 상관관계가 없으며 절대값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대처는?

물론 중립금리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상황이 달라 금리 인상의 압박이 크지 않다는 지적 또한 있을 수 있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요인들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금리의 구조적 인상 요인이 있어 이와 관련한 상황을 점검해봐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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