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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보이지 않는다" 전남권 의대 공모 '파혼' 선언…순천 향한 '구애' 실현 가능성 '0%'[전남톡톡]

노관규 순천시장 3년 전 용역문서 입장 발표

58개 지표 중 43개 지표 서부권 위주로 설계

법적 권한 없고 전남도 행정불신만 더욱 커져

"1000억 이상 펀드·2개 의대 요청 설득 우선"

노관규 순천시장이 22일 순천시청 소회의실에서 전남 의대 유치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전남에 있는 국립대 양 대학 중 한 대학 만을 신청 받아 진행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무효이고 정치적으로도 무효이다. 전남권 의대 신설 문제를 중앙정부가 추진토록 하고, 전남도는 신뢰성을 상실한 공모절차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순천시




#신부(순천)를 향한 믿음 상실한 신랑(전남도)

축복과 행복이 가득 있을 것만 같은 결혼식 장에 신랑은 입장했는데, 신부는 “함께할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며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혼은 성립될까. 신랑측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파혼을 통보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기에 앞서 신부를 향한 믿음이 상실한 것이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전남도의 공모방식 추진에 반대해 온 순천은 신부의 처지와 같아 보인다. 믿음이 없고 미래가 없다는데…. 이에 전남권 의대 신설에 대한 ‘공모’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 유력해 보인다. 결혼식 당일도 아닌 애초부터 신부(순천)는 파혼을 선택했는데, 일방적으로 밀어 부친다고 해서 결혼이 성사되겠는가.

이제는 순천 등 동부권 전체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전남도의 공모 방식. 법적 권한도 없고, 오락가락 행정, 왜곡된 용역 결과 등 ‘전남도 행정불신’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자연스럽게 이제는 전남도 공모 방식 반대 목소리가 순천에서 동부권 전역으로 확산된다. 서울경제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공모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는데, 전남도는 용역기관 선정작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등 여전히 강공모드를 펼치며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용역에는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는데, 파혼을 선택한 순천을 향한 구애가 성사 될 가능성은 ‘0%’에 가까워 보인다. 사실상 용역을 강행해 동(순천)·서(목포) 어디든 유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과에 수긍하며 전남도를 향해 찬사를 보낼까. 또 다시 언급하지만 이것도 실현 가능성은 ‘0%’다.

전남 순천시 해룡면 사회단체장협의회 회원 200여 명이 22일 전남도 동부청사 앞에서 전남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유치를 염원하는 총궐기대회를 갖고 전남도의 공모 방식을 비판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 사회단체장협의회


#22일 이후로 ‘공모’라는 단어 사라질 듯

동(순천)·(목포) 경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공모 방식 논리가 맞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2021년 도비 2억 7000만 원을 투입한 ‘전남도 국립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운영(공공의료 확충) 방안 연구 용역’ 공개는 필수였는데, 결국 이 용역 문서는 전남도 행정 불신에 더욱 불을 지피는 ‘폭탄’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전남도에서 추진하는 ‘공모’라는 단어는 22일 이후로 사라질 듯 보인다. 직접 노관규 순천시장이 이날 순천시청 소회의실에서 입장문 발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전남도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도 대안까지 제시했다. 노 시장은 “전남에 있는 국립대 양 대학(순천대·목포대) 중 한 대학만을 신청받아 진행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무효다”며 “전남도의 의대 공모는 갈등을 유발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분열적인 공모를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심판이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년 전 실시된 공개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58개 지표 중 43개 지표가 서부권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역설한다. 주요 내용을 보면 중증응급환자 사망자수 감소율, 응급환자 유출율, 통행거리 편익분석과 같은 주요 지표가 서부권에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왜곡됐다. “특정 지역·대학을 염두한 것은 아니다”라는 전남도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 17일 장흥에서 국립의대 설립 관련 합리적인 방안논의를 위한 공동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순천대와 순천시가 불참해 김영록 도지사, 송하철 목포대 총장, 박홍률 목포시장 3자 간담회로 진행됐다. 사진 제공=전라남도


#열악한 의료 현실, 준비는 지금부터

노 시장은 먼 미래가 아닌 현재 전남의 열악한 의료인프라 개선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국립의과대학이 설립되더라도 의사 배출 기간이 10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남도는 광역자치단체로서 지역에서 의료 인프라를 지탱하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문 닫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공공의료재단을 설립하고, 1000억 원 이상의 의료 펀드를 마련하는 등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순천은 이미 의과대학 신설 문제와 함께 지역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전국 최초로 공공의료재단 설립을 통해 지역완결형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의 전문적인 병·의원들이 대학병원처럼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전남도의 공모 방식에 따른 파행을 막기 위해 정부에 의대 2개를 요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경북도에서 안동대 의대 100명, 포스텍(사립) 의대 50명 정원으로 의대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을 사례로 들어 도서(섬) 지방으로 의료 취약지역인 서부권(목포대)에는 공공의대를, 산업경제 중심지인 동부권(순천대)에는 국립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순천은 독자적으로 전남 동부권 지역민 생명권 보장과 최상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역 거점대학인 국립순천대학교에 200여 명의 의대 정원이 배정될 수 있도록 대통령실과 교육부,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상태다. 여기에 객관성과 신뢰도를 갖춘 전문조사 기관에 동부권 전체를 대상으로 전남권 의과대학 신설 문제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투명하게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남도는 국립 의대 공모와 관련해 국내외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용역기관을 선정하기로 하고, 공모 기간은 1개월 또는 1개월 보름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용역기관이 선정되면 목포대와 순천대를 대상으로 의대 유치 의향서 등 서류를 접수한 뒤 본격적인 용역을 실시해 오는 10월께 용역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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