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무더기로 날려 보낸 '오물 풍선'을 두고 군축 문제를 다루는 유엔 회의장에서 남북이 공방을 벌였다. 한국 정부는 “국제법을 어긴 무모한 행위”라고 비판한 반면 북한은 “대북전단과 다를 바 없다며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31일(현지시간) 유엔 군축실 등에 따르면 전날 스위스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는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과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두고 국제적 불안을 가중하는 행위라는 회원국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북한 측은 정당한 자위권 행사이며 우주 정찰 능력 보유 또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오물 풍선은 한국 정부가 답변권 행사를 통해 북한의 이런 발언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언급됐다.
김일훈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금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기만적 수사와 달리 이번 위성 발사는 국제법상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오물을 실은 최소 260여개의 풍선을 우리 측에 살포하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포함해 북한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위에 대한 궤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날 유엔군사령부가 오물 풍선 살포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보고 공식 조사를 한다고 발표한 점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살포 행위는 정전협정 위반일뿐 아니라 비문명적이고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북한은 곧장 답변권을 행사했다. 주영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한국은 북한과 접경 지역에 갖가지 오물(dirty things)을 살포하면서 비열한 심리전을 광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민 단체 등이 북쪽으로 날려 보내곤 하는 풍선엔 비타민제나 마스크, USB 등이 동봉됐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주 참사관은 이를 '오물'이라고 부른 것으로 보인다.
주 참사관은 "한국 측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을 북한이 시도하자 총알 세례라도 당한 듯이 소란을 피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의 눈에는 북쪽으로 날아가는 풍선은 안 보이고 남쪽으로 날아오는 풍선만 보이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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