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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대기중 연 3000명 사망…희망고문 없어야”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

韓 기증 등록자 270만 명에 그쳐

인구의 5.3%…美 10분의1 안돼

기증자·유족 위한 추모공원 절실

정치권·지자체 등서 적극 나서야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기 기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현재 국내에는 4만 3000여 명의 장기이식 대기자가 있는데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장기 기증입니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연간 3000명으로 하루에 8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는 셈입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은 생명을 나눈다는 약속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장기조직기증원의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서울 강동성심병원과 강남성심병원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신장·췌장 이식을 집도해온 장기이식 전문가다.

장기 기증은 심장과 폐·간·콩팥·췌장·안구·소장·대장·위장·십이지장 등이 대상이다. 아울러 인체 조직 기증이라는 개념으로 손·팔, 발·다리, 피부·인대·관절·뼈·혈관·연골·근막·신경 등도 이식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 추정자나 기증 희망자 발생 시 이를 병원으로부터 통보받아 이식 대기자에게 연결해주는 게 주요 역할이다. 또 질병 진단 및 치료 효과·예후를 판정하는 진단검사의학과의원을 24시간 운영하면서 뇌사 기증자와 이식 대기자의 장기이식 관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낼 때 시신을 온전히 땅에 묻거나 화장하지 않고 일부 장기를 떼어내는 일은 유족 입장에서 힘든 결정”이라며 “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임과 동시에 세상을 떠난 가족의 장기가 누군가의 몸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라고 장기 기증의 필요성과 숭고함을 강조했다. 이어 “불의의 사고나 생활 속 부상으로 인체 조직이 손상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손·팔, 발·다리, 피부·관절 등의 이식이 가능하다”며 “이런 사람들은 인체 조직을 기증받아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는 지난해 말 기준 27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5.3%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장기 기증 희망 등록률이 전체 인구의 60%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기증 희망률은 낮은 편이다.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단 만 16세 미만은 법적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은 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 또는 전화로 할 수 있으며 각 보건소에서도 등록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와 실제 기증자 수가 많아지려면 우선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장기 기증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해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가 예전에는 매장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화장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세상을 떠난 이의 몸이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보다는 사망자의 장기나 인체 조직 일부가 누군가의 몸에서 살아 숨 쉬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특히 장기 기증자와 유가족을 위한 추모공원 조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전남 순천의 자연생태공원에 기증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있기는 한데 정부 차원의 정식 추모공원은 아니다”라며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국가적 차원의 기증자 추모공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모공원 건립은 입법화가 필요해 국회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추모공원이 들어서는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며 “기증자 추모공원이라는 장기조직기증원의 숙원 사업을 완성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원장은 앞으로 장기 기증 희망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기증자 및 기증자 유가족 예우를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장기조직기증원의 가족지원팀이 기증 절차 및 장례 등을 돕고 있는데 특히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심리적 무게를 감당해야 할 유가족들에게 심리상담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또 기증자 유가족끼리 같은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모임도 주선하는 등 세심한 배려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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