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63) SK그룹 회장·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판결문 정정에 나섰다.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 일부 수정이 있었더라도, 재산 분할의 비율과 대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중요 사실 관계에 대한 계산 오류라 향후 대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18일 ‘17일자 판결경정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설명 자료를 냈다. ‘최 회장 명의 재산 형성에 함께 기여한 원고 부친·원고로 이어지는 계속적인 경영 활동에 관한 ‘중간 단계’의 사실 관계에 관해 발생한 계산 오류 등을 수정했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설명이다. 특히 ‘최종적인 재산 분할 기준 시점인 올 4월 16일 SK주식 가격인 16만원이나 구체적인 재산 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청구 사건에서 선고 이후 사실 인정 등에 관해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가 있다는 점이 나중에 확인되면 ‘판결결정’의 방법으로 판결의 기재 내용을 사후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최 회장 측이 전날 판결문 수정에 따라 SK 가치 상승 기여도를 최종현 선대 회장이 125배, 최 회장이 35.6배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2009년 11월 3만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최 회장과 선대 회장의 기여는 160배와 125배로 비교해야 한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이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자, 1998년 5월 가치를 주당 1000원으로 바꿨다. 최 회장 측은 판결문 수정에 따라 선대 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상승 기여가 각각 125배, 35.6배로 수정돼야 하고, 결국 국1조3808억원이라는 재산 분할 판결도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 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오류 전 12.5 대 355를 기초로 판단했던 것을 125대 160으로 변경한 게 판결에 영향이 없는지 의문도 제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판결문 정정에 대해 양측 공방이 향후 대법 판단에 미칠 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대법이 법리 만을 심판하는 ‘법률심’인데다, 가사 소송 대법원 파기환송률이 2%에 불과하다는 측면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가 오류를 인정해 정정한 데다, 최 회장·노 관장 사이 이혼 소송이 기존 가사 사건과 달리 특유 재산 인정이나 주식이 분할 재산이 되는지 등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법원 판단에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재산 분할의 근거로 작용할 주요 부분에 오류가 있었던 만큼 대법원이 판결문 정정 부분을 최종 판단에 있어 유심히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 판결문에 명백한 오기가 있더라도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은 데, 항소심 법원은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에 대해 즉각 정정했다”며 “이는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논증이 이뤄져 법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법원이 법리적 잘못을 판단하는 법률심이라고 어지간한 (가사)사건이 아니면 하지만,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하나, 최 회장·노 관장 사이 이혼 소송은 대기업의 전체적 재산을 분할하는 초유의 사건”이라며 “개인 특유 재산을 인정할지 또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등 지금껏 다루지 않은 부분에 대한 판단인 만큼 대법원이 오류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신중히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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