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3일 17개 은행 여신 담당 임원을 한자리에 소집해 현장 점검을 예고했다. 가계부채가 당국의 관리 목표치를 벗어나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정책자금 공급을 조절하는 안까지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실제 문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3.5%(4조 5634억 원) 늘었다. 당국이 제시한 관리 목표치 상단(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은행(3.03%)과 농협은행(2.54%), 신한은행(2.11%)도 당국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금감원은 15일부터 현장 조사를 통해 은행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가계대출 목표를 준수하고 있는지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점검 결과 나타난 문제는 엄중히 조치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4월 이후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과 일부 국지적인 주택 거래량 증가와 맞물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의 엄포에 주요 은행들은 자체 상품 금리를 조정하며 일단 보조를 맞추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했으며 신한·NH농협·우리은행도 금리 인상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증가분 중 상당 몫이 디딤돌·버팀목 대출 같은 정책 모기지이기 때문에 증가세를 꺾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올 4~5월 금융권에서 늘어난 전체 가계대출(9조 5000억 원) 중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액(6조 6000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9.5%에 달한다. 일정 요건만 맞으면 1~2%의 저리로 자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자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관계부처 간 정책 모기지 축소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원장은 “(정책 모기지 공급) 속도 조절이 필요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대출 수요를 자극해놓고 은행에 책임을 떠민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당국은 지난달 변동금리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불과 엿새 앞두고 시행 시점을 두 달 연기했다. 부동산 회복세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와중에 가계부채 관리에 역행하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할 당국이 되레 ‘대출 막차 수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리 예고한 정책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당국의 시그널을 시장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금리 인하 기대감이 깔려 있는 상황이라면 건전성 조치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금융 지원 대책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다수 발생한 지역의 경우 은행 영업점 내 전용 상담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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