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으로서 웹3 기술 적용에 제약사항이 많긴 하지만 웹3가 결국 시장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믿습니다."
박병선 LG전자 블록체인연구실 실장은 11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쟁글 어돕션 2024’ 행사에 참석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대한 LG전자의 강한 의지를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일찌감치 자사 제품·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박 실장은 “LG전자 제품·서비스에 웹3를 적용해 할 만 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미래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언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도하면서 중장기 연구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6년에 걸친 블록체인 기술 연구를 거쳐 LG전자는 현재 자체 개발한 가상자산 지갑 ‘월립토’를 운영하고 있다. 월립토는 지난 2022년 10월 출시돼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헤데라(HBAR)·이더리움(ETH)·클레이튼(KLAY)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원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신규 이용자 유입보다는 기존 LG전자 제품 이용자들이 지갑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사용자 키를 손쉽게 관리하거나 NFT를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툴을 지갑에 내재화하기 위한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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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자사 신발 스타일러 제품과 연계된 가상 신발 대체불가토큰(NFT) 컬렉션 ‘몬스터 슈즈 클럽’을 출시하기도 했다. 총 5500개의 NFT를 발행해 가상 현실에서도 NFT 신발을 신발 스타일러에 넣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NFT와 연계된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신발 수집가들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클레이튼 기반의 M2E 게임 ‘그라운디’에서 NFT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유틸리티 확장도 시도했다. 그는 “NFT 보유자 절반 이상이 그라운디를 통해 새로운 신발을 만들어내는 등 재밌는 홍보 사례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으로서 웹3 적용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제품·서비스의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성이 큰데 네트워크가 죽거나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네트워크가 중단되면 고객 응대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큰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라며 “특히 제조업 분야에선 아직 웹3 적용 사례를 본 적이 없은 것 같다. 매스 어돕션보다는 전자 기업들과 POC를 진행하고 품질 유지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대기업의 웹3 적용에 앞서 각 기업 의사결정자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사 차원에서 웹3의 본질과 장점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기획·개발·품질 관리를 위한 환경이 구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웹3 사업을 위해 협력할 만한 회사를 둘러봤지만 아직 많이 없는 것 같다”며 “주요 기업이 함께 스터디하고 파트너사 등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 의사결절장에 대한 교육이 낭비가 아니라 중요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웹3 매스 어돕션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웹3 시장에선 시장 점유율 경쟁보다 경쟁 업체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LG전자는 함께 협력할 회사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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