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표 은행들이 폴리곤 기반으로 2500만 유로(약 346억 4750만 원) 규모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다. 전통 금융기관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아닌 퍼블릭 블록체인을 택했다는 점에 이목이 쏠린다.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영 은행 카사 데포시티(CDP)와 이탈리아 은행 인테사 산파올로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폴리곤을 활용해 디지털 채권 발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텐사 산파올로는 보유한 자산이 1조 달러가 넘는 이탈리아 최대 은행이다. 이탈리아 핀테크 법령에 따라 디지털 채권이 발행된 첫 사례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블록체인 기반 법정화폐 결제를 시험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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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행된 채권은 4개월 만기로, CDP가 폴리곤 블록체인에서 발행했다. 인텐사 산파올로는 인수자이자 유일한 투자자로 참가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팁스 해시 링크(TIPS Hash Link)’ 툴을 이용해 블록체인과 전통 결제 시스템 간 연동을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채권이 발행된 날 유로화로 결제가 바로 이뤄졌다.
이번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최근 전통 금융기관의 관심은 프라이빗 체인에서 퍼블릭 체인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융기관은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프라이빗 체인에 관심이 컸다. 프라이빗 체인 ‘오닉스’를 구축한 JP모건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지난 3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퍼블릭 블록체인 이더리움에서 1억 달러 규모 토큰화 펀드 BUIDL을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셀리사 모린 전 그레이스케일 임원은 “블랙록 영향으로 앞으로 보다 많은 전통 금융기관이 프라이빗 체인이 아닌 퍼블릭 체인에서 자산을 토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콜로 바르도치아(Niccolo Bardoscia) 인텐사 산파올로 디지털 자산 거래 및 투자 책임자는 “이번 사례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금융 기관에 얼마나 강력한 기술인지 보여준다”면서 “거래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토큰화는 금융 시장에서 효율성과 자동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고,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앞으로 몇 년 간 채권뿐 아니라 모든 자산군에 적용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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