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018880)의 유상증자 참여, 한앤컴퍼니(한앤코)로부터 지분 추가 취득 등을 통해 총 1조 7330억 원을 들여 한온시스템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의 당초 계획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수가 발표됐던 올 5월 이후 한온시스템 주가가 30% 하락하자 한국타이어가 인수가를 낮추려는 시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한온시스템 측에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하향 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온시스템은 올해 5월 3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6514만여 주를 한국타이어에 주당 5605원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총 3651억 원 규모다. 발행가액은 직전 1개월 평균 주가 등을 기반으로 산출됐다. 그러나 이날 주가는 4420원까지 밀렸다. 유증 할증률이 25% 수준으로 높아지자 인수 측이 가격 조정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전문가는 “유증가액 할증률이 아주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 문제는 한국타이어가 한앤코로부터 높은 가격에 큰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 주가와 시가가 큰 차이로 벌어지자 여러 방법을 동원해 최종 인수가를 깎으려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타이어와 한앤코는 유상증자 이사회 결의 당일 양해각서(MOU)도 체결, 한앤코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50.5% 중 25.0%를 총 1조 3679억 원에 매매하기로 했다. 매매 단가는 1만 250원이다. 현재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보유한 한국타이어는 추가 인수 지분과 유상증자로 취득한 신주를 묶어 총 50.53%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측의 이런 인수는 이례적이다. 양측이 사실상 구속력 있는 MOU를 체결한 탓이다. 두 회사는 한온시스템 재무제표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 한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국타이어 측 요청대로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변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달 3일로 알려져 있는 유상증자 대금 납입 일정을 변경할 시간도 촉박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행가액을 낮추려면 한온시스템 이사회를 다시 열고 기존 유증 결의를 취소해야 한다”면서 “이런 사례는 거의 없고 현재 한온시스템 이사회도 한앤코가 장악하고 있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매각 관련 재협상의 키는 한앤코가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앤코가 2015년 최초 회사를 품을 당시부터 한국타이어와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앤코는 당시 전략적투자자(SI)로 한국타이어를 끌어들여 총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사장은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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