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전 선거관리위원장이 2016년 필리핀 대선과 관련해 미국 개표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해당 업체 임원 3명도 함께 기소됐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스 버티스타(60) 전 필리핀 선관위원장이 미 플로리다주 연방법원 대배심의 결정에 따라 뇌물 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됐다고 미 법무부가 밝혔다.
또 미국 개표기 업체인 ‘스마트매틱’의 공동창업자 로저 알레한드로 피냐테 마르티네스 등 스마트매틱 임원 3명도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2015∼2017년 필리핀 선관위원장을 지낸 버티스타는 2015∼2018년 피냐테 등으로부터 최소 100만 달러(약 13억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버티스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필리핀 대선을 앞두고 개표기를 공급 받는 1억 9900만 달러(약 2720억원) 규모의 계약을 스마트매틱과 맺었다.
AP통신은 "기소된 스마트매틱 임원들은 '필리핀 팟'이라는 코드명의 비자금을 만들고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뉴욕, 플로리다에 있는 은행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짜 대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고 전했다. 뇌물로 쓰일 돈을 세탁한 것이다. 미 법무부는 성명에서 피냐테 등이 필리핀에서 계약을 따내고 적시에 대금을 지급받기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버티스타가 받은 뇌물 중 100만 달러 가까운 금액은 그의 가족이 미 샌프란시스코에 부동산을 사는 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스마트매틱은 성명을 내고 임직원들이 기소됐다고 인정했지만 "개표 조작 혐의는 없으며 스마트매틱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매틱은 미 폭스뉴스 등 보수 매체들이 2020년 미 대선 당시 스마트매틱 등의 개표 시스템 조작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했다는 음모론을 보도하자 폭스뉴스에 대해 27억 달러(약 3조 69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AP통신은 “이번 기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다툼을 벌이는 이 업체에 안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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