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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68% ‘저출산세’ 반대…“정책불신 탓”

저고위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

남성 60%·여성은 78% 반대

최근 10년간 328조 들였지만

출생률 제고효과 여전히 낮아

유자녀 혜택엔 절반이 부정적

"배려보다 기계적 평등 우선시"

한 간호사가 2월 28일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저출생 대책 마련을 위한 ‘저출산세’ 도입에 대해 국민들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8%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재정 지원으로 저출생 문제를 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는 이들이 많은 셈이다.

12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생 정책을 위해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거나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할 의사가 있느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31.4%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36.8%에 달했다. 추가 부담 의향이 없다는 이들이 68.2%인 것이다.

이 설문은 저고위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3월 29일~4월 3일 약 일주일 동안 25~49세 남녀 2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에 포함돼 있다. 저고위는 5월 전반적인 조사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 설문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성별로 보면 저출산세 징수에 반대한 남성의 비율은 59.6%였다. 반면 여성은 77.5%가 반대했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 여성의 반대율이 78.9%로 가장 높았고, 40~49세 여성(77.4%), 30~39세 여성(76.8%) 등의 순이었다. 30~39세 남성의 43.7%, 25~29세 남성의 42.3%는 저출산세에 찬성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반대가 모든 연령층에서 남성보다 높은 것은 사회적 낙인 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세가 도입되면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네가 낳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이라는 식의 직간접적 비난을 받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종의 징벌적 세금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경우 사회보장이라는 포괄적인 목적 아래 사회보장세를 걷은 뒤 필요에 따라 아동·여성 정책 등에 세금을 분배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최근 10년(2014~2023년)간 총 328조 원으로 집계됐다. 320조 원이 넘는 나랏돈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거의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금까지 걷어서 하느냐는 식의 전반적인 불신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결혼을 하면 여성들이 가계 소비·지출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증세 시 가계소득 감소를 걱정하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녀가 있는 가족에 세제 혜택이나 줄 서기 우선권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 상당수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자녀 가구 대상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데 대한 긍정 응답은 51.5%에 그쳤다. 48.5%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에 줄 서기와 주차 우선권을 제공하는 것도 긍정 응답이 각각 51.8%, 55.1%에 머물렀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아이나 임산부, 약자 등을 배려한다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며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기계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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