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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하이니켈'에서 멈춰선 K양극재

성장기업부 김기혁기자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에서는 배터리 성능보다는 비용이나 안전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가형 전기차가 대세가 되는 시점에 앞서 하이니켈 이외의 배터리 소재를 양산하는 데 서둘러야 합니다.”

한 배터리 소재 기업의 임원은 하이니켈 양극재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대해 우려했다. K배터리가 주력으로 하는 하이니켈 배터리는 전기차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고성능 전기차에는 필수적으로 탑재돼왔다. 하지만 주요 국가에서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라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배터리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리튬·인산·철)를 포함해 새로운 소재 양산이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이니켈 양극재 한 우물만 파던 소재 업계가 ‘실기’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이 장악한 LFP 시장에 대응할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프랑스 르노와 국내 최초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배터리에 들어갈 양극재 수주는 중국이 따낼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아직 국내 업체 중 LFP 양극재 양산을 시작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뒤처진 기술 개발이 수주 확대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이에 보수적인 경영 기조로 돌아선 국내 양극재 업계가 대안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만큼은 오히려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소재 업체들이 중국과의 생산능력 경쟁에 열을 올렸다면 앞으로는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다. 보다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계획은 당장의 실적 악화로 불안에 떠는 조직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K배터리는 코로나19 이후 첫 ‘성장통’을 겪고 있다.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를 제조하는 국내 생태계가 유지돼야 한국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지속 성장도 가능하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로봇 등 다양한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는 배터리에 건강한 ‘혈류’를 공급하는 국내 양극재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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