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는 쌀을 계속 사들일 경우 올해 말에 정부 재고량이 140만 톤에 이르고 내년도 관리비가 45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쌀을 수매하는 것은 당장 쌀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을 고려하면 쌀 수매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쌀매수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해야 한다는 것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쌀 소비 기반 구축 사업 예산에 120억 4300만 원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82억 5800만 원)보다 45.6% 급증한 규모로 정부는 대학생에게 학식을 1000원에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쌀 가공식품 인지도 제고 사업 등을 펼쳐 쌀 중심 식습관을 형성하고 소비를 늘릴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국산 쌀을 이용한 전통주 시장이 커질 수 있는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쌀 소비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지난해 쌀 소비 기반 구축 사업에 약 105억 원을 투입했지만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역대 최저(56.4㎏)를 기록했다. 벼 재배 면적을 감축해 공급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쌀은 기계화율이 90%에 달해 타 작물로의 전환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쌀 공급 과잉이 심화되면서 지난달 말 산지 쌀값은 20kg 당 4만 4157원으로 1년 전보다 10.3% 급락한 상태다.
농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정부는 결국 지난달 말 5만 톤의 쌀을 추가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발표했다. 지난해 공공 비축용으로 쌀 40만 톤을 수매한 것과 별개로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5만 톤씩 총 15만 톤을 매입한 데 뒤이은 추가 대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결국 쌀 생산량, 즉 재배 면적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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