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식습관 변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매입해 비축하는 쌀이 연말께 14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제기구 권고치의 약 1.7배로 정부가 쌀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쌀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쌀 수매 대신 적정 수준에서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정부 비축미 재고 물량은 총 121만 톤으로 집계됐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연말에 140만 톤까지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권고한 한국의 비축 물량은 80만 톤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쌀 관리 비용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 비축미를 보관·관리하기 위한 정부 양곡 관리비는 4561억 원으로 올해 예산(4091억 원)보다 11.5% 증가했다. 전체 양곡 관리 매입·관리비 예산 증가율(1.6%)을 훌쩍 웃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쌀 소비 감소세가 예상보다 빨라 쌀 공급 과잉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남는 쌀을 계속 사들일 경우 올해 말에 정부 재고량이 140만 톤에 이르고 내년도 관리비가 45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쌀을 수매하는 것은 당장 쌀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을 고려하면 쌀 수매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쌀 매수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쌀 소비 기반 구축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45.6% 늘렸지만 쌀 소비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 전인 1993년(110.2㎏)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2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데도 야당은 상황을 악화시킬 양곡관리법 통과에 매달리고 있다”며 “결국 쌀 생산량, 즉 재배 면적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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