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인공지능(AI) 활용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 우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인프라와 활용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들이 역설적으로 AI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AI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세정·신영규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결과가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미국, 독일 등 서구권과 한국 등 10개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AI 등 신기술로 자기 업무가 위협받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매우 동의하거나 동의한다'는 응답률이 35.4%로 이탈리아(39.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AI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35.0%)이었다. 반면 이런 우려가 가장 적은 국가는 덴마크(18.3%)였으며, 스웨덴(20.1%), 독일(21.1%), 핀란드(24.1%), 영국(28.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인들의 디지털 기술 숙련도에 대한 자기 평가가 낮다는 것이다. '업무와 관련해 디지털 기술의 내 숙련도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은 '매우 동의 또는 동의' 답변이 56.9%로 폴란드(56.4%)에 이어 10개국 중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국인의 디지털 숙련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 AI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생성 AI나 디지털 기기의 사용률 같은 객관적 지표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높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개인은 자신의 숙련도를 낮게 평가하고, 이로 인해 'AI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AI 규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AI 등 노동자를 대체하는 신기술이 기업의 수익을 높일 때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무규제나 최소한의 규제가 맞다'는 답변률이 32.9%로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현재 AI는 분석, 글쓰기, 이미지 제작, 번역 등 지적 작업에서 높은 성능을 보이며 생산성 향상 도우미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네이버, SK텔레콤 등 국내외 AI 기업들은 업무용 AI 서비스를 차기 주력 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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