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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장비 녹스는데…'세수펑크'에 예산 삭감 위기

전기차 화재 등에 투자 시급한데

지방에 보내는 소방안전교부세 중

'소방 75% 의무 투자' 올해 종료

화재진압차 노후…안전망 '구멍'

열악한 지방재정에 희생양 지적





올해 경기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폭발이 잇따르면서 소방 투자 요인이 커졌지만 당장 내년부터 소방 사업비가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소방안전교부세 75%를 의무적으로 소방에 투자하도록 한 규정이 올해 말 종료되기 때문이다. ‘세수 펑크’로 지방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소방 재정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방안전교부세의 소방과 안전 분야의 교부 비율을 명확히 구분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5건이 발의됐다.

지방자치단체 소방·안전시설 확충을 목적으로 2015년 도입된 소방안전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담배 개별소비세 총액의 45%를 재원으로 쓴다. 25%는 소방 인력 인건비로 우선 충당하고 나머지 20%를 가지고 소방과 안전 사업비로 나눠 쓴다. 배분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도입 초기 노후 소방 장비 문제를 고려해 2017년까지 소방에 75% 이상 쓰도록 시행령에 부칙을 넣었다. 당초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특례였지만 올해까지 3번 연장됐다.

개정안마다 투입 비율은 다르지만 소방과 안전 사업에 쓸 비율을 정해놓자는 취지는 같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담배 개별소비세의 42%를 소방에, 3%는 안전에 쓰도록 했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비율을 각각 40%와 5%로 정했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배분 비율을 15% 범위에서 가감해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사업비 75% 이상을 소방 분야에 쓰도록 명시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교부세로 전환해 사업비 전액을 소방에 쓰도록 했다.



소방 조직은 특례가 끝나면 소방 사업비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방 차량 노후율은 2016년 15.2%에서 2018년 5.9%로 낮아졌으나 2022년에는 10.5%로 높아졌다. 최근 지방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시도 소방 예산의 60~70%를 차지하는 일반회계 전입금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시도 소방 사업 예산으로 연평균 2조 926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3년 사업비가 2조 2058억 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해마다 7200억 원 이상의 재원이 모자란다. 소방 관계자는 “장비 노후, 지역별 편차가 여전한데 특례까지 없어지면 장비 교체는 물론이고 전기차나 초고층 건물 화재에 대비할 신규 장비 구입 사업비도 깎여 화재 인명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행정안전부는 소방 장비 노후율이 시행 초기보다 줄었고 10년 새 급증한 재난안전사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예정대로 일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파 사고 등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안전시설 확충도 중요해졌다”며 “소방안전교부세가 특별교부세처럼 조건이 지정되거나 용도가 제한된 재원이 아니므로 지역 상황에 따라 쓰이도록 지자체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찬반 격론 끝에 특례가 1년 연장됐지만 올해는 지자체까지 대거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분위기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행안부가 올해 9월 조사했을 당시 17개 시도 전부 일몰에 동의했고 10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조사에서도 경기도를 뺀 16개 단체가 동의했다. 지난해 7곳이 일몰 유지 의견을 냈을 때와 상황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행안부와 지자체가 일몰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을 두고 ‘세수 펑크’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수 부족에 국세와 연동되는 교부세가 줄고 지방재정이 열악해지자 소방안전교부세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중대재해 예방, 하천 정비, CCTV 설치 등 지자체가 담당해야 할 재난 안전 사업은 늘어나는데 자체 예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소방안전교부세에서 돈을 끌어다 쓸 유인이 커졌다.

이달 개정안 심사 때 대안이 도출되는 과정에서 일몰 연장이 논의될 가능성은 있으나 행안부는 예정대로 일몰 종료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소방 사업비가 삭감될 위기에 처하자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제62주년 소방의 날(9일)을 하루 앞둔 8일 반대 성명을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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