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최대 과제는 1%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여당 소속 K 도지사는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지지율 올리기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높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2% 수준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3%가량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경기 침체로 지방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충이 크다고 전하면서 “경제를 살려야 민생고를 해결하고 지지율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게 될 스콧 베센트도 최근 규제 완화 등 친시장 정책을 통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저성장 극복’이 주요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스톰’까지 몰아닥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20일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2%에서 2%로 하향 조정하면서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28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내렸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인상 등으로 국내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깔린 것이다.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의 지속적 하락 속에 저성장 고착화 위기에 직면했다. 1990년대 초까지 6% 이상의 고도 성장을 했으나 최근 30여 년 동안 성장률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 성장률이 1990년대 초 이후 매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로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월등히 큰 미국(2.1%)에도 역전 당했다. 이대로 가면 2030년대에는 성장률이 0%대에 머무는 ‘제로 성장’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성장률이 날개 없이 추락하는데도 정부는 안이하게 낙관론을 펴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향후 6개월이 우리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골든타임”이라며 뒤늦게 비상 경제 체제를 선언했다.
성장률을 올려야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복지의 선순환으로 양극화도 해소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 저하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등이 거론된다. 영토는 좁고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저출생 극복과 구조 개혁, 초격차 기술 개발 등 세 가지 과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우선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임금·근로시간의 유연성 제고를 포함한 노동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또 기업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 규제들을 과감히 제거해 투자를 늘리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켜야 할 것이다. 세상에 없는 첨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기본이다.
3대 과제를 달성하려면 국력을 결집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특히 입법과 예산 심의를 담당하는 국회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성장률 제고를 돕기는커녕 외려 훼방만 놓았다. 온갖 정치 리스크부터 제거해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공정과 상식·법치에 어긋나는 일들을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모든 국정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동훈 대표를 포함해 여당은 집안싸움을 멈추고 무사안일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탄핵과 입법·예산 폭주 등 국정 발목 잡기를 중단해야 한다.
경제 체질 개선으로 꺼져가는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경제 재도약과 안보 강국 건설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국회는 상법·양곡법 개정안 등 포퓰리즘 입법 강행을 멈춰야 한다. 그 대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트럼프 쇼크’까지 밀어닥친 글로벌 정글 속에 놓인 나라의 운명이 향후 1년에 달렸다. 앞으로는 딴지 걸기를 그만하고 성장률 1%포인트 끌어올리기 ‘서포터’ 역할을 하는 정당만이 살아남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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