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한국·중국·일본 제조기업들의 매출액이 내년 4~7%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관세 충격을 줄이는 차원에서 원가·비용 절감에 나서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각국 정부가 세제·재정 지원책으로 보조를 맞춰 대외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국·중국·일본 3국의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 303개 사를 대상으로 ‘美 관세 정책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의 품목별·상호관세 조치가 본격화되면 내년도 매출액은 평균 4~7%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매출 감소 예상치는 일본 기업 -7.2%, 중국 기업 -6.7%, 한국 기업 -4%로 나타났다. 미국 관세 정책에 따라 중국·일본 기업의 충격이 한국 기업보다 클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전자, 자동차·자동차 부품, 기계·산업 장비, 철강·금속제품 등 주력 수출업종에서 5~10% 이상 매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 기계·산업 장비(-12.2%), 중국은 철강·금속제품(-11.7%), 일본은 반도체·전자제품(-10.4%)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나타났다. 3국 평균치로는 철강·금속제품이 가장 큰 하락폭(-10.3%)을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3국 기업 대부분은 투자 계획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기업 가운데 ‘투자계획 변경없음’으로 응답한 비율은 각각 74.3%, 61.4%, 38.6%로 가장 높았다. 중국 기업 중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률도 28.7%로 높게 나타났다. 한경협은 이와 관련해 “대규모 정부 보조금에 기반한 전략기술 자립화 정책 지원, 위안화 약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보다는 원가·비용 절감을 우선 대응 전략으로 삼고 있다. 관세 영향을 상쇄하는 전략을 묻는 질문에 한국 기업의 46%, 중국 기업 61%, 일본 기업 41%가 ‘원가 및 비용 절감’을 꼽았다. 미국 현지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일본이 21%로 세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지역 무역협정이 미국 관세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묻는 질문에는 중국 기업들이 75.2점의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 기업도 동의 점수(38.6점)가 비동의(12.9점)보다 높았지만 일본 기업은 동의(20.8점) 점수가 비동의(22.8점)보다 낮았다.
한·중·일 기업들은 미국 관세 리스크로 인한 대외여건·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한국·일본 기업은 공통적으로 정부에 △세금 감면 △재정 또는 보조금 지원 △관세 감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 등을 희망했다. 중국 기업은 △신시장 개척 지원 △관세 감축 외교 노력 △국내 산업 투자 순으로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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