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약품 관세부과가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우려된다. 정부는 “한미 간 제약 산업·의료 시장 규모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 내 주요 의약품 수입국”이라며 “한국산 의약품은 미국 공급망 안정 및 환자들의 약값 부담 완화에 기여한다”는 의견서를 즉각 제출하며 대응에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수입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의약품 수출규모는 39억 7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2.8%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 등 국내 주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의 타격을 가장 우려한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장벽이 높아지면 시장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공장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한 것도 이같은 전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최대 CD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관세정책과 시장 변동 상황을 지켜본 뒤 전략을 세울 방침이다.
노바티스(5년간 230억 달러), 로슈(5년간 500억 달러), 일라이릴리(5년간 270억 달러), 에브비(10년간 100억 달러), 후지필름(20억 달러) 등이 트럼프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최근 잇달아 미국내 의약품 생산시설 건립 등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부담이다. 미국 내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늘어나면 CDMO 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 제조사들도 생산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현지 생산시설 설립에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섣불리 결정하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의약품 수출이 기지개를 켜며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시기에 악재가 발생해 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올 1~4월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36억 1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7% 늘어났다. 1분기 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올해 연간 수출 총액은 사상 최대인 108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동남아·남미 시장 등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하겠지만 워낙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견서 제출 외에도 ‘바이오헬스산업 관세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해 관세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기업 지원에 나선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관계부처와 협력해 범정부 통상 협상에 적극 임하겠다"며 "의약품 품목 관세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우리 업계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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