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기재부 내부 퇴임사를 통해 “직무에 충실한 공직자를 외부에서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기재부 내부 소통망인 공감소통에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렇게 밝혔다. 최 전 부총리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를 여러분께 넘기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무겁고 국민께 죄송스럽습니다”라며 심경을 밝혔다.
최 전 부총리는 퇴임사를 통해 그간의 성과를 언급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엄중한 대내외 여건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준 여러분 덕분에 복합위기 극복, 부채의존 구조 탈피, 약자복지 확대 등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혁신과 이동성이 선순환하는 역동경제, 문제해결사이며 현장에 진심인 기획재정부, 시성비(時性比)있는 일하는 방식 혁신, 일 가정 양립 문화 선도, T자형 보직관리 등 여러분과 함께 변화를 꿈꾸었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로 인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서는 “우리 헌정사의 불행한 한 페이지를 여러분의 도움으로 함께 건널 수 있어 든든하고 고마웠다”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여러분이 국정과 민생 안정, 재난 대응, 국가신인도 사수를 위해 하루하루 사투를 벌였던 모습을 국민들은 기억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쉬운 점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복합위기의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하여 내수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관세충격이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며 “2021~2022년 중 자산시장 과열 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초과세수를 트렌드 변화로 인식한 세수 추계 오류도 계속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저는 여러분을 믿는다”며 “어떠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있어도 우리 경제 시스템을 잘 작동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지켜낼 것”이라고 당부했다.
공직자의 사명감에 대한 언급도 덧붙였다. 최 전 부총리는 “국가의 입법·사법·행정이 모두 중요하지만 저는 그 중 행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공직을 시작하였고 떠나는 지금 순간도 같은 생각”이라며 “국가의 중장기적인 미래비전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단기적인 인기영합적 의사결정을 배제하고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면서 각 분야·세대 간 갈등 조정으로 공생의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국민이 행정부 공직자에게 부여한 사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직무에 충실한 공직자를 외부에서 흔들어서는 안됩니다. 여러분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여러분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며 “그 힘은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바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헌법 제7조 제1항의 공무원이라는 자긍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 전 부총리는 이달 2일 오후 10시 33분께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표결을 앞두고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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