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크게 요동쳤던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진단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5월엔 주식을 팔라고 하는 ‘셀 인 메이(Sell in May)’라는 격언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등 주도주를 중심으로 투자를 고려할 때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 기준으로 한국형 공포지수(VKOSPI)는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19.48포인트로 2월 27일(19.32포인트)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VKOSPI는 지난달 미국 상호관세 발표 충격으로 매수와 매도 사이드카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44.23포인트까지 급등했다가 2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VKOSPI는 한국거래소가 2009년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산출하는 변동성 지수인 VIX를 국내 상황에 맞게 만든 지표입니다.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활용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30일 이후 주식시장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통상 공포지수가 높아지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에 주가지수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살펴보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미국 증시에서도 공포지수가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입니다. 9일(현지시간) 기준 VIX는 21.90포인트로 전 거래일보다 0.58포인트(2.58%) 하락하면서 지난달 8일(52.33) 대비 큰 폭 하락한 상태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수준까지 높아졌던 공포지수가 낮아지면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더라도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식 관련 파생상품 지표도 나스닥 선물과 다우존스 선물에서 순매수가 이뤄지면서 추가 조정보다는 일정 수준 반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트럼프 관세 부과로 촉발된 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이후 최근 다소 진정됐다”며 “시장 불확실성으로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파생상품 지표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하반기 국내 증시에 대한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은 7.4%, 6.5%로 홍콩 항셍(13.8%)을 제외하고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유로스탁스600(5.5%)나 인도 센섹스(2.85)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3.7%), 일본 닛케이(-5.9%), 나스닥(-7.2%) 등과도 성과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변동률이 1% 내외로 큰 흔들림 없이 꾸준히 반등 중이기도 합니다.
신한투자증권에선 VIX가 20포인트까지 낮아지고 관세 리스크가 완화되면 하반기부턴 본격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외국인투자가들은 기초자산 상승을 예상한 투자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는 38조 원인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41조 원)에 육박한 만큼 달러 약세와 함께 순매수 전환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관세 불확실성과 경제 성장률 둔화가 여전하지만 협상 기대감과 함께 정부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만큼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닙니다.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하면 주가가 오르고, 컨센서스를 하회하면 주가가 하락하는 등 매커니즘도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시장은 급격한 변동보단 현재처럼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흐름 속에서 지수 상승과 함께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주도주 중심으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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