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경제성장률이 -0.2%를 기록했다. 지난해 2·4분기 역성장(-0.2%) 이후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다시 뒷걸음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상당히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사상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을 기록한 것은 ‘한국경제호’가 이미 좌초됐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의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0%로 전망치를 낮춰 불과 3개월 만에 1월(2.0%) 대비 1%포인트나 줄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0.8%로 전망해 애초보다 1.2%포인트나 낮췄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은 더 어두워 0%대까지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민간소비 회복이 더디고 누적된 수주 부진으로 건설투자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로 수출이 부진하면서 성장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조차도 사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은 긍정적 전망이다. 가령 추경 등 부양책 집행이 늦어지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이 지연되고 관세전쟁이 예상보다 격화된다면 성장률 전망은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현 시점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0%대의 초저성장 국면을 벗어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리더십의 부재 속에 경제사령탑마저 공석이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비롯한 투자와 통상 협의, 환율 협상 및 국가신인도 관리의 주체조차 사라져버렸다. 미·중 갈등과 신보호무역주의 심화, 내수 및 투자 부진,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악화라는 ‘퍼펙트 스톰’에 좌초되고 있는 가운데 선장과 조타수·항해사 모두 사라져 한국 경제의 운명은 기도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기도메타’ 같은 형국이 됐다.
또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우리 경제는 최종 소비재뿐 아니라 중간재까지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고 있고, 하이엔드 부문은 우리가 뚫고 가기에 점점 어려워지는 넛크래커 신세에 놓여 대중 교역의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침체, 고용 시장 악화, 민간부채의 급증, 불확실성 확대 그리고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 장기적·구조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한국은 적어도 잠재성장률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받는 신흥 강국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미 한국의 잠재력은 고갈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어쩌면 이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근시안적 정책과 자기 안위만 챙기는 기성세대 때문에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받아드는 혹독한 청구서일 것이다. 따라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각오로 우리 경제의 파국을 막아야 한다.
우선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해 예산의 조기 집행이나 2차 추경 등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효율적이고 필수적인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적 지출이 요구된다. 둘째,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물가 안정과 경기 대응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 물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정책금리를 조정하되 필요시 비전통적 통화수단이나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한 금융중개지원 대출 등으로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 셋째, 미·중 패권경쟁 심화와 국제통상 질서 재편 속에서 경제안보와 산업정책을 아우르는 통상전략이 긴요하며 반도체·자동차·선박이나 미·중에 치우친 수출구조에서 탈피해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퍼주기식 포퓰리즘이 아닌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 하이엔드 기술개발, 구조 개혁, 규제 혁파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제고야말로 지속가능한 회복의 열쇠라는 점을 거듭 인식해야 한다. 내달 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이러한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거시정책부터 구조개혁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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